소액주주들이 똘똘 뭉쳐 창업주를 몰아내고 회사의 최대주주가 됐다. 코스닥 상장사인 바이오 소재 기업 아미코젠(092040)의 사례다. 이들 소액주주는 실적 부진과 창업주인 신용철 전 회장의 불필요한 자금 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종국에는 조합을 결성해 신 전 회장을 제치고 최대주주가 됐다. 이들 소액주주는 전 회장이 불필요하게 만든 자회사들을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해 회사를 정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문제는 새로운 주인이 나타날 때까지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을지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필요한 최대주주의 역할이 제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는 주주연대 대표인 소지성 총괄부사장과 함께 기존 경영진인 표쩌(한국명 박철) 아미코젠 대표와 윤영철 생산본부장, 그리고 지난 2월 사내이사로 새로 선임된 김준호 경영기획본부장 등이 회사를 이끌고 있다.
주주연대는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르면 기업을 잘 이끌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하거나 내부에서 새 주인을 찾아주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아미코젠은 지난 18일 최대주주가 지분율 3.69%의 신용철 전 회장에서 마가파트너스투자조합(5.01%)으로 바뀌었다고 공시했다. 83명의 아미코젠 소액주주들이 출자해 만든 이 투자조합에는 주주연대 대표인 소지성씨가 대표 조합원으로 있다.
주주연대는 지난해 12월 소 대표가 공동보유약정으로 10.06%를 공시하면서 본격적으로 회사 경영에 문제를 제기했다. 아미코젠은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2021년 바이오 소재 기업 비피도를 600억원에 인수해 지난해 4분의 1수준인 150억원에 매각하는 등 수백억원의 투자 손실도 발생했다. 주주연대는 신 전 회장이 무리하게 신사업 투자에 나서면서 회사 재무구조가 악화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응집한 소액주주들의 목소리는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열린 임시 주주총회에서 신용철 전 회장이 해임되고, 소지성 대표가 사내이사로 선임된 것이다. 그간 소액주주와 함께 활동한 표쩌 대표를 포함해 기존 경영진 또한 주주연대의 손을 들어줬다.
이들 경영진은 올 초 신 전 회장이 SI로 이차전지 기업 광무(029480)·플루토스(구 리더스기술투자)를 영입하고 경영에서 손을 떼겠다고 하자, 이에 반발하며 주주연대에 힘을 실어줬다.
신 전 회장의 지분은 올해 1월까지 13%가 넘었지만, 해임 이후 꾸준히 매도해 지난달 말 3%대로 낮아졌다. 상장사에 최대주주가 없으면 전환사채(CB) 발행 등 자금 조달이 상대적으로 어렵고, 거래소를 비롯해 금융 당국의 시선도 깐깐해진다. 주주연대 측은 신 전 회장에게 남아있는 지분 약 200만주를 사겠다는 의사를 전달했지만, 이를 신 전 회장이 거절했다고 밝혔다.
소지성 대표는 “최대주주가 상실될 우려가 큰 상황에 주주연대의 공동보유로는 최대주주가 될 수 없어 조합을 설립했다”며 “보호예수 1년이 걸려있고, 양도소득세 등 세금 문제도 있기에 (투자로서는) 손해이지만, 주주들이 회사를 살리기 위해 힘을 모았다”고 설명했다.
조합은 임시체제로 회사의 경영 정상화까지 최대주주 자리를 지키다가 향후 투명한 방식으로 SI를 유치하거나 또는 내부에서 새 주인을 찾을 계획이다.
현재 주주연대와 경영진은 오토불린테라퓨틱스, 랩마스터, 로피바이오 등 불필요한 자회사를 정리하고 주력 사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아미코젠은 90% 이상 수입에 의존하던 배지를 국산화했다. 주주연대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에 필수 소재인 배지·레진 부문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겠다고 했다. 최근 자회사 아미코젠차이나를 약 540억원에 매각했고, 이를 사업 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아직 자회사에는 신 전 회장의 흔적이 남아 있어 이를 지우기 위한 작업도 필요하다. 퓨리오젠의 경우 대표이사에 신 전 회장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소 대표는 “자회사에 들어간 신 전 회장에 대해 (대표이사 해임 등) 정리할 예정”이라고 했다.
소 대표는 본인의 역할이 최고주주활동책임자(CSEO)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의 상장사들을 중심으로 신설되기 시작한 CSEO 직책은 주주와의 소통을 통해 경영 투명성을 높이는 대표적인 수단으로 꼽힌다. 소 대표는 “회사 경영진과 효율적으로 소통하고 있고, 모두 회사 성장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임직원과 주주가 모두 상생하는 기업이 되도록 끌어 나가고자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