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코스피가 1% 이상 오르거나 내린 날, 개미 투자자(개인 투자자)가 집중적으로 사들인 종목에 차이가 있었을까. 본지가 1월부터 이달 18일까지 코스피가 1% 이상 상승하거나 하락한 날의 개인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 상위 10종목을 분석한 결과, 상승장과 하락장에서 개인 투자자들의 전략이 뚜렷하게 달라지는 경향이 확인됐다.
대체로 하락장에서 개미들은 반도체 대형주를 ‘저점 매수’하는 모습을 보였고, 상승장에서는 조선·방산·우주항공 등 주가 상승세가 두드러지는 업종·종목을 공격적으로 ‘추격 매수’하는 모습이 두드러졌다.
◇하락장에선 대형 우량주 ‘저가 매수’
하락장에서는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를 중심으로 저점 매수 전략이 뚜렷했다. 올 들어 이달 18일까지 코스피가 1% 이상 하락한 날은 모두 11거래일이었는데, 국내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는 각각 10거래일 동안 개인 순매수 상위 10위 안에 들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 관세 부과로 주식시장이 급등락했던 이달 7, 9, 16일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개인 순매수 1·2위를 번갈아 차지하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도 저점 매수 전략을 조언한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는 관세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선반영한 상태”라며 “연말까지 메모리 수요 증가율이 공급 증가율을 웃돌 것으로 예상돼 업황이 개선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실제 두 종목은 올해 고점 대비 각각 약 10%, 22%가량 하락한 상태다.
이 외에도 삼성SDI(시가총액 37위)가 하락장에서 8회나 순매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고, 현대차(7회·시총 5위), 한화오션(5회·시총 14위)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하락장일 때 개인들의 주요 매수 대상이었다.
◇상승장에선 조선·방산에 베팅
상승장에서 개인들은 주가가 이미 많이 오른 조선·방산·우주항공 업종 대표주를 중심으로 ‘추격 매수’에 나서는 양상이 뚜렷했다. 올해 코스피가 1% 이상 상승한 날은 16거래일이었고, 이 기간 개인 순매수 상위 10종목에 가장 자주 등장한 종목은 한화오션과 HD현대일렉트릭 등으로 6회씩 나타났다. 현대로템(5회), LIG넥스원(4회), 한화엔진(4회) 등도 자주 이름을 올렸다.
올 들어 한화오션과 현대로템 주가는 2배 가까이 급등했고, LIG넥스원과 한화엔진도 각각 30% 이상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은 3.5%에 불과했다. 유명간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방산·조선 업종의 주가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1분기 실적 시즌이 본격화하면서 실적 상향 가능성이 있는 업종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조선·방산 등의 업종은 최근 주가가 많이 올랐기 때문에 추격 매수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조선·방산 업종은 추가 상승 여력이 제한적이어서 추격 매수는 자제해야 한다”면서 “단기 과열이 해소된 이후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
◇전천후 선택된 현대차·한화오션
상승장과 하락장 모두에서 순매수 상위권에 든 종목도 있었다. 대표적인 예가 현대차(상승장 5회, 하락장 7회)와 한화오션(상승장 6회, 하락장 5회)이다.
현대차는 트럼프 미 대통령이 14일 일부 자동차 관세 유예를 시사한 데다, 미국 내 생산 확대 등 중장기적인 경쟁력 상승 요인이 반영돼 개인들이 꾸준히 비중을 늘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병근 LS증권 연구원은 “관세가 25% 유지될 경우 연간 7조~8조원 수준의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미국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의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부정적 영향은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오션도 지난해 국내 기업 최초로 미 해군의 함정 정비 사업을 수주하면서 조선·방산 양쪽 테마를 모두 누리는 종목으로 부상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은 “하반기부터 북미 지역 LNG(액화천연가스) 운반선 발주가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되며, 인수한 미국 필리 조선소를 통해 미국 함정 수주 가능성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