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호관세 불확실성이 정점을 찍고 완화하면서 국내 증시도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다. 지난주(4월 14~18일) 코스피 지수는 2432.72포인트(p)로 시작해 2483.42p로 2.1%, 코스닥 지수는 695.59p에서 717.77p로 3.2% 상승했다.

다만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매파적(통화 긴축) 발언과 미국의 반도체 수출 규제 영향으로 경계 심리는 이어지고 있다. 파월 의장은 지난 16일 “지금까지 (미 행정부) 발표한 관세 인상 수준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며 물가 상승과 성장 둔화가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이번 주(4월 21~25일) 국내 증시는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 속 조기 대선을 앞두고 정책·정치 테마주의 움직임이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국내 주요 상장사와 테슬라, 아마존 등 미국 주요 테크기업의 실적 발표가 이어지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17일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증권가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리스크가 정점을 찍었다고 진단했다. 트럼프의 상호관세 정책은 90일 유예 이후 협상 단계에 돌입했고, 관세 정책과 관련해 예상되는 리스크는 이미 시장에 반영됐다는 것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자기기와 자동차 부품의 관세가 완화됐고, 반도체·의약품이 관세가 아닌 규제를 도입하면서 트럼프의 최대 압박 수위는 확인됐다”며 “일본을 시작으로 협상 과정에서 기대도 반영되며 증시는 공포 구간에서 안도 국면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상승 기대감이 커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NH투자증권은 이번 주 코스피 지수가 2380~2600p 수준에서 움직일 것으로 예상했다. 조기 대선 국면에서 정책 기대와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 기대감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정부는 지난 18일 국무회의를 열고 12조2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안을 발표했다. 산불 피해 복구 예산과 통상 문제 대응, 인공지능(AI) 분야와 소상공인·취약층 지원책 등의 내용이 담겼다. 또 한국은행은 다음 달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크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던졌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상승 여력이 있는 종목들에 주목하라고 조언했다. 상사·증권·기계·IT하드웨어 등 실적이 상향 조정된 업종을 중심으로 저가 매수하거나, 최근 증시 약세 이유와 무관한 종목을 중심으로 투자 비중을 늘리는 방안이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러한 종목으로 미디어, 유틸리티, 호텔·레저, 유통 등 내수 관련주를 제시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기대 배당수익률이 코스피 전체 상위 30% 이상인 호텔·레저, 자동차, 소매 업종 주가도 최근 상당한 조정을 겪었다”며 저가 매수 전략을 추천했다.

서울 테헤란로의 빌딩숲. /조선DB

본격적인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에 돌입한 만큼 국내외 주요 기업의 실적과 전망에도 주목해야 한다. 오는 22일 테슬라를 시작으로 아마존(24일), 인텔(24일) 등 미국 기술주의 실적이 공개된다.

증권 업계에서는 1분기 기술주들의 호실적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관세 부과를 앞두고 선구매 수요가 강했기 때문이다. 다만 주가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 큰 실적 가이던스(예상치)는 관세 영향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이달 21일 LS일렉트릭, 22일 HD현대일렉트릭(267260), 23일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LG이노텍(011070) 등 국내 기업들의 실적도 줄줄이 나온다. 오는 24일에는 SK하이닉스(000660), 현대차(005380), HD현대중공업(329180), KB금융(105560), 삼성SDI(006400), LG디스플레이(034220) 등이 올해 1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이경민 연구원은 “최근 주가 조정으로 가격이 낮아진 업종은 반등을 시도할 수 있다”면서도 “가격과 밸류에이션(기업 가치) 부담이 큰 종목은 차익실현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낙폭과대 업종인 반도체, 자동차, 이차전지, 인터넷, 제약·바이오 업종 중심의 매집 전략이 유리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