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포트폴리오(MP)를 내놓는 증권사가 점차 사라지는 상황에서 KB증권이 유독 시장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 눈길을 끌고 있다.
MP는 증권사들이 매달 발표하는 추천 종목 리스트다. 증권사는 MP를 통해 선호 종목과 편입 비중을 공개해 투자자들에게 일종의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왔다. 한때는 개인 투자자의 수익률 제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추천주를 내놔야 하는 증권사는 부담이 크고, 이용하는 개인도 많지 않다 보니 MP를 발간하는 증권사가 점점 줄어 지금은 KB증권과 하나증권, 유안타증권 3곳만 MP를 공개하고 있다.
19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3개월간 KB증권의 MP 수익률은 6.04%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의 수익률(-3.59%)을 크게 웃돌았다. 같은 기간 유안타증권(-3.27%)과 하나증권(-3.59%)이 지수 등락률 정도의 성과를 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KB증권의 MP 수익률이 선전한 것은 방산주 비중이 높았던 게 주효했다. KB증권은 4월 MP 보고서에서 “이달 공매도 재개에도 불구하고 주도주인 방산주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현대로템(064350)과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에 10%가 넘는 비중을 할당했다. 공매도 재개는 국내 이슈인 반면 방산주는 글로벌 테마주로 높은 이익 성장이 가능하단 판단이었다.
동시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턴어라운드(실적 반등) 업종으로 소비주를 지목했다. 방산주가 거래의 정점을 찍고 하락하는 상황에서, 소비주가 방산주의 위험 회피 차원에서 수익률을 방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달 에이피알(278470)과 신세계(004170)의 총 비중을 5%대로 확대한 배경이다.
다만 턴어라운드 업종 중에서도 대차잔고가 증가해 공매도로 인한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는 배터리와 철강 업종은 비중을 줄였다. 이달 POSCO홀딩스(005490) 비중을 1%대로 낮췄고 3% 가까이 제시했던 현대제철(004020)은 아예 제외했다. 이 전략 또한 맞아떨어졌다. 이달 들어 두 종목은 각각 약 9%, 8.4% 하락하고 있다.
KB증권은 매달 MP 성과를 리서치센터 내에서 검토하고 팀 간 유기적으로 협업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 주식을 얼마나 편입할 것인지는 전략팀이 정하고, 선호 업종은 주식·시황·퀀트 부문이 함께, 기업 선택은 담당 애널리스트들이 정한다. 매달 종목별 성과를 정량적으로 분석하고 점검하는 시스템을 운영해 초과 성과가 가능했단 게 KB증권 설명이다.
이와 함께 KB증권은 MP가 개인 투자자의 효과적인 가이드라인이 되도록 압축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다. 김민규 KB증권 연구위원은 “다른 대형사 리서치센터와 달리 KB증권은 30개 내외로 종목 수를 구성한다”며 “포트폴리오에 담는 종목 수가 적어야 개인 투자자가 참고하기 편한 이유도 있다”고 설명했다. 과거 KB증권은 랩 등 금융 상품과 다이렉트 인덱싱 서비스의 자문 자료로 MP를 활용하기도 했다.
KB증권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입소문이 날 정도로 성적이 괜찮지만, 업계 전반적으로는 MP에 대한 관심이 사그라들고 있다. 국내 증권사 중 정기적으로 MP를 발표하는 곳은 현재 3곳에 그친다. 매달 MP 발표 후 수익률에 대한 부담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알고리즘 기반의 투자 전략을 비롯한 맞춤형 투자 서비스가 많아지면서 MP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MP를 퇴직연금 가입자에 한해 구독형 서비스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형사가 아닌 경우 모든 업종을 커버하지 못해 MP 발간이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며 “수익성을 기대하는 사업이 아니라 증권사의 뷰(관점)를 알리는 게 목적으로, 중소형사 입장에서는 선순위에 두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