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국내 증시를 이끌었던 로봇주에 이어 ‘휴머노이드 로봇’이 새로운 투자 테마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KB·한화 등 주요 운용사가 휴머노이드 상장지수펀드(ETF)를 선보이며 경쟁에 나선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과 관련된 사업이 부각되는 상장사 주가도 크게 오르는 모습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기차만큼 주식시장에서 주목받는 사업이 될지 투자자의 관심이 쏠린다.

휴머노이드는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인간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로봇이다. 다양한 동작과 업무를 수행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 로봇보다 정교하고 복잡한 기술이 필요로 한다. 저출산과 고령화, 그리고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한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첨단 기술로 꼽힌다.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K-휴머노이드 연합 출범식에 전시된 휴머노이드 로봇. 왼쪽부터 로브로스, 블루로빈, 에이로봇, 레인보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뉴스1 제공

최근 주식시장에서는 ‘휴머노이드’ 사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크다. 대표적인 사례가 두산로보틱스다. 지난 15일 김민표 두산로보틱스(454910) 대표가 휴머노이드 기술을 확보하고 올해 휴머노이드 연구개발(R&D) 조직을 신설하겠다고 발표하자 주가가 장중 19% 넘게 급등했다.

휴머노이드 관련 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알에스오토메이션(140670)(19.42%), 로보로보(215100)(18.46%), 휴림로봇(090710)(11.26%), 하이젠알엔엠(5.9%) 등 관련 종목도 같이 뛰었다.

자산운용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삼성·KB·한화자산운용 세 곳은 15일 휴머노이드 관련 ETF를 한국거래소에 상장했다.

휴머노이드 분야에 불이 붙은 건 테슬라와 BYD 등 글로벌 전기차 업체들이 관련 사업에 뛰어들면서다. 휴머노이드와 전기차는 자율주행 시스템과 전고체 배터리 등 핵심 기술을 공유한다. 휴머노이드가 ‘제2의 전기차’가 될 수 있단 기대가 나오는 이유다. 테슬라가 지난달 휴머노이드 로봇인 ‘옵티머스’의 대량 생산에 나서겠다고 밝히자 당일 테슬라 주가는 12% 넘게 뛰기도 했다.

휴머노이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리쇼어링(제조업 부흥)’으로 수혜가 예상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정부는 기술 안보를 중시하는 만큼 인공지능, 반도체와 함께 로봇 산업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가 확대될 수 있다”면서 “리쇼어링 흐름과 노동력 공백을 메우기 위해 로봇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한국전자제조산업전X오토모티브월드코리아'에 휴머노이드 로봇이 전시돼 있다./누스1 제공

당장은 중국 기업의 성장세가 가파르다. 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요한 부품(액추에이터, 배터리, 라이더 등)들이 이미 중국 시장에서 저렴하게 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투자은행 번스타인은 보고서를 통해 “중국의 긴밀한 전기차 공급망 덕분에 (유사한 기술이 필요한) 휴머노이드 분야에서 미국보다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며 “이는 (가격 경쟁력을 통해) 중국이 전기차 시장을 장악하게 된 과정과 유사하다”고 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자율주행은 상용화에 10년 이상 걸렸으나, 휴머노이드는 5년 후인 2030년 제조 현장에 유의미하게 투입될 것”이라며 “중국 정부의 산업 육성 의지가 강한 만큼 중기적으론 양산 능력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중국이 앞서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장기적으론 휴머노이드와 관련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는 유의해야 한단 목소리도 나온다. 한화자산운용은 이번 휴머노이드 로봇ETF를 출시하며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기업을 제외했다. 이에 대해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휴머노이드 투자에서 중국의 개인정보 유출과 정보의 불투명성 등 우려 사항이 향후 미국·유럽과의 밸류체인 형성에 방해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 중국과 미국 시장은 각각 독립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