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드 사무관리사인 한국펀드파트너스가 지난달 28일 국내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의 순자산가치(iNAV) 산출 과정에서 오류를 낸 것과 관련, 발생한 투자자 피해액을 전부 배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간 다수의 자산운용사가 자체적인 확인 없이 iNAV를 계산할 때 필요한 배당금, 채권 가격 등의 정보를 펀드 사무관리사 등으로부터 받은 그대로 써왔다. 이에 운용사 역시 이번 사태에 대해 피해 규모와 상관없이 어느 정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게 업계 중론이었다. 하지만 한국펀드파트너스가 전액 배상을 결정하면서 관련 책임에서 벗어난 상황이다.

최근 ETF 시장에서 사고가 잇따르면서 금융당국에서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수탁사인 한국펀드파트너스가 ‘을’의 입장에서 책임을 떠맡게 됐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서울 여의도 63스퀘어에서 바라본 흐린 날씨 속 여의도 증권가. /뉴스1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펀드파트너스는 지난달 말 순자산가치 산출 오류로 발생한 구체적인 거래액을 이르면 이번 주중, 늦어도 다음 주까지 계산한 후 관련 증권사와 운용사에 전달할 계획이다. 이후 각 증권사가 자사 고객의 피해액을 확인한 뒤, 피해 규모에 따라 일정 비율로 한국펀드파트너스로부터 배상액을 배분받는 방식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한국펀드파트너스는 지난달 28일 11개 운용사의 170개 ETF에 대해 배당금 정보를 이중으로 반영하면서 iNAV를 실제보다 과도하게 산출했다. 개장 후 낮 12시 40분 오류가 모두 수정되기 전까지 최소 0.01%에서 최대 1.55% 과대산정된 NAV로 인해 해당 ETF들의 가격이 부풀려진 채 거래가 됐다.

이 시간 얼마만큼의 피해가 발생했는지 구체적인 거래액을 계산하기 위해선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실시간으로 변하는 iNAV를 토대로 호가를 낸 증권사 유동성공급자(LP)들의 초단위 매매 데이터와 실제 투자자들의 ETF 순매수액을 각각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수탁사인 한국펀드파트너스가 증권사로부터 개인 투자자의 계좌 정보를 받는 것도 쉽지 않다.

이에 한국펀드파트너스는 합리적인 계산안 몇 가지를 증권사와 운용사에 공유하고 결정하기로 했다. 피해 규모는 2억원대로 알려졌지만,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한국펀드파트너스 관계자는 “피해 규모는 2억원대보다 늘어날 수 있지만, 그럴 가능성이 크진 않다”면서도 “이번 사태는 자사 귀책인 만큼 운용사와 증권사에 구상권 등을 청구할 내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ETF 업계에서는 기준가 오류를 확인하지 못한 운용사들도 배상 책임을 질 것으로 봤다. 그런데 최근 금감원은 운용업계에 대한 조사 강도를 높여왔다. 그런 상황에서 사업상 ‘을’인 수탁사가 모든 책임을 짊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대규모 ETF 순자산가치 산출 오류 사태는 처음인 만큼 규모와 상관없이 배상의 주체가 어떻게 되느냐가 중요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운용사로부터 위탁을 받는 수탁사 입장에서는 계약 해지 리스크도 있는 만큼 현실적으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실제로 하나자산운용은 오는 17일부터 ‘1Q 머니마켓액티브’ 등 ETF 6종의 수탁사를 한국펀드파트너스에서 하나펀드서비스로 바꾸기로 했다. 지난달 NAV 오류가 난 ETF 중에는 하나운용의 상품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한국펀드파트너스 측은 지난 2월 하나운용의 요청으로 수탁사를 교체한 것으로, 지난달 오류와 별개로 진행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기준가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운용사 잘못도 분명히 있지만, 한국펀드파트너스가 운용사에 책임에 대한 말을 꺼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배임 문제가 있어 일부라도 받아야 할 필요는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최근 금감원은 전반적으로 운용업계를 살펴보겠다며 ETF 구조와 거래 관련 자료 등을 국내 운용사들에 제출하도록 요청했다. 이번 순자산가치 오류 사태와 관련해서는 운용사에 대해 사무관리사 및 기준가 산정 관리 등을 강화하도록 지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