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 업체 상지건설은 지난 2~15일 중 투자 경고·위험 종목으로 지정돼 매매 거래가 정지된 10일과 15일을 빼고는 8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이 기간 주가는 3165원에서 2만5700원으로 712% 폭등했다. 그런데 뚜렷한 호재는 없었다. 오히려 지난달 21일 공시한 상지건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2023년 372억원 흑자에서 작년 267억원 적자로 전환된 상태였다. 실제 상지건설은 지난 7일 한국거래소가 조회 공시 요구를 하자 “별도로 공시할 중요한 정보가 없다”고 답변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 회사의 주가가 폭등한 이유는 단 하나,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회사의 전 사외이사가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선 캠프에 합류했다고 알려지며 정치 테마주로 묶인 것이다.
오는 6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 테마주가 다시 들썩이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치인 테마주는 실제로는 해당 정치인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황당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2년 대선 때 정치 테마주 83종목을 분석한 결과, 44%는 기업 경영진과 후보가 공통 지인을 두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자본연은 “해당 기업의 사업과 직접적 관련성이 없는 매우 막연한 관계가 대다수였다”고 했다.
◇정치 테마주로 묶인 황당한 이유
자동차 부품 업체 오리엔트정공도 이재명 테마주로 분류되며 작년 12·3 계엄 이후 주가가 10배 넘게 상승했다. 그 이유는 이 전 대표가 과거 이 회사의 계열사인 오리엔트시계에서 근무했다는 것이다. 선박용 크레인을 제조하는 오리엔탈정공 역시 오리엔트정공과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테마주로 묶이기도 했다.
여당 대선 후보들의 테마주로 거론되는 종목들도 그 이유를 쉽게 납득하긴 어렵다. ‘김문수 테마주’로 불리는 대영포장은 김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경기도지사 시절 유치를 추진했던 유니버설 스튜디오 리조트 예정 부지 인근에 사업장이 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다. ‘안철수 테마주’ 써니전자는 이 회사의 전 대표가 안 의원이 대주주인 안랩에서 과거에 근무했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분류됐다.
여권 대선 후보로 정치권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거론되면서 관련 테마주도 등장했다. 전시 문화 시설 전문 업체 시공테크의 최대 주주가 2008년 당시 국무총리였던 한 권한대행과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함께 활동한 이력이 있다는 이유다. 이 회사 주가는 지난달까지 3000원 후반대에서 4000원 초반대를 오가다가 한 권한대행의 대선 출마설이 불거지며 14일 8060원까지 급등했다. 그러나 15일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한 권한대행은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출마하지 않는다”고 밝히자 주가는 하루 만에 12% 폭락했다. 대상홀딩스는 작년 4·10 총선을 전후해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고교 동창인 배우 이정재씨와 대상홀딩스 임세령 부회장이 연인이라는 이유로 ‘한동훈 테마주’로 묶이기도 했다.
◇정치인 테마주 끝은 급락
황당한 이유로 정치인 테마주로 묶인 종목들은 선거가 끝나면 대체로 급락세를 보였다. ‘한동훈 테마주’로 떴던 대상홀딩스는 작년 2월 23일 1만2110원을 찍은 뒤 총선 다음 날인 4월 11일 8420원까지 30.5% 급락했다.
선거에서 승리한 쪽의 테마주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재명 전 대표의 고향인 경북 안동에 본사를 뒀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묶였던 동신건설 주가는 작년 3월 25일 3만850원에서 총선 다음 날인 4월 11일엔 2만원으로 35% 급락했다. 전직 감사가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와 미국 버클리대 법대 동문이라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던 화천기계도 작년 3월 25일 9010원에서 총선 다음 날 4235원으로 53% 폭락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테마주를 만들어 이익을 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선거를 앞두고는 테마주들이 기승을 부린다”면서 “기업의 펀더멘털과 아무런 상관이 없이 주가가 급등락하는 테마주에 투자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