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정상적인 개시 시점보다 앞당겨 받는 사람이 급증하고 있다. 국민연금을 조기에 받으면 매월 받는 연금액이 깎이는 데도 신청자가 빠르게 느는 것이다. 국회 복지위원회 소속 최보윤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6월 말 기준, 국민연금 조기 수급자는 91만5039명으로 2023년 말(86만7232명) 대비 거의 5만명 가까이 증가했다. 2022년 말(67만3842명)과 비교해도 증가세가 뚜렷하다.
그렇다 보니 은퇴를 앞둔 직장인 사이에선 국민연금을 언제 받기 시작하는 게 가장 유리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상적인 시기에 받는 것과 앞당겨 받는 조기 연금, 늦춰 받는 연기 연금 중 무엇이 내게 가장 유리할까. 정원준 한화생명 금융서비스 세무사가 최근 조선일보 경제 유튜브 채널 ‘조선일보 머니’의 ‘은퇴스쿨’ 코너에 출연해 상세히 분석했다.
◇수령 시기 따라 月 연금액 변동
국민연금은 통상적인 지급 개시 나이보다 1~5년 앞당겨 받거나 늦춰 받을 수 있다. 이른 퇴직 등으로 소득이 없어진 이들을 위한 선택지로 마련된 것이 조기 연금, 당장 연금이 필요한 상황이 아니어서 나중에 받겠다는 게 연기 연금이다.
다만 이렇게 연금 시기를 조절하면 연금액이 바뀐다. 조기 연금의 경우 앞당겨 받는 1년당 연 6%씩 감액한 액수를 평생 지급한다. 일종의 패널티(불이익)인 셈이다. 반대로 늦게 받으면 혜택을 준다. 1년당 연 7.2%씩 연금액을 증액한 뒤 평생 지급한다. 예컨대 정상적으로 연금을 받으면 월 100만원이 지급되는 A씨가 5년 일찍 연금을 받는다고 하면 월 수령액이 70만원으로 깎이고, 5년 늦은 시점부터 연금을 받기로 하면 월 136만원씩 평생 받게 되는 식이다.
◇장수 예상된다면 늦게 받는 게 유리
그렇다면 정상 연금을 받는 사람이나 연기 연금을 받는 사람은 언제 조기 수령자의 총 연금액을 추월하게 될까. 정원준 세무사에 따르면 A씨의 정상 연금액은 76세에 1억4400만원(누적)에 달해 조기 연금액(1억4280만원)을 앞지르게 되고, 연기 연금 총액은 80세가 되면 1억7952만원에 이르러 조기 연금액(1억7640만원)을 추월하게 된다. 즉 76세까지 생존할 경우에는 정상 연금을 수령하는 것이, 80세까지 생존할 경우에는 연기 연금을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나아가 83세까지 생존할 경우에는 정상 연금(총 2억2800만원)을 받는 것보다 5년 늦은 연기 연금(총액 2억2848만원)을 받는 게 유리하다. 즉, 대체로 오래 살수록 연금을 늦게 받는 게 유리한 셈이다.
다만 이는 다른 요소를 배제하고, 오로지 누적 수령액만을 기준으로 따진 것이기 때문에 연금 생활자의 가치관에 따라 얼마든지 선택이 달라질 수 있다. 정원준 세무사는 “물가 상승률에 따라 같은 연금액도 시간이 흐를수록 가치가 낮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금을 앞당겨 받는 게 낫지만, 수령자마다 중시하는 가치가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으로 무엇이 더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예컨대 젊은 시절의 100만원보다 노후의 100만원이 훨씬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에는 연금을 늦게 받고 대신 연금 수령액을 늘리는 것을 선호할 수 있다.
또 국민연금 수령액이 많아 피부양자에서 탈락할 수 있다면 조기 연금이 유리하다. 건강보험공단은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금 소득을 전부 소득으로 본다. 다른 소득이 전혀 없다 해도 국민연금을 월 167만원 이상 받아 연 2000만원을 넘기면 피부양자에서 탈락하는 것이다. 정 세무사는 “이때는 연금 조기 수령을 통해 연간 수령액이 2000만원이 넘지 않도록 맞추면 피부양자 지위를 지킬 수 있다”고 말했다.
◇종합과세 리스크 있다면 연기 연금을
한편 연기 연금이 절대적으로 유리한 경우도 있다. 연금 개시 시기에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부동산 임대 포함)이 많아 연금이 감액될 우려가 있거나 종합과세 리스크가 있는 사람은 차라리 연기 연금을 신청하는 것이 유리하다.
구체적으로 근로소득과 사업소득이 월 309만원을 초과하면 연금이 최대 5년간 깎인다. 초과된 소득 규모에 따라 연금이 감액된다. 정 세무사는 “이럴 때는 연금을 5년 연기해 나중에 평생 많이 타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상 연금과 조기 연금, 연기 연금이 유리한 사례에 대한 보다 자세한 설명은 유튜브 ‘조선일보 머니’ 영상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