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후 2시 서울 성동구 성수역 인근의 한 대형 화장품 매장. 한 일본인 관광객이 계산을 하려 하자 직원이 능숙하게 일본어로 응대했다. 실제로 이곳에서는 한국어보다 일본어가 더 많이 들렸다. 해외 소셜 미디어에서 한국의 관광 명소 중 한 곳으로 소개되며 외국인 관광객들이 몰린 영향이다. 이곳에서 마스크팩 등을 샀다는 일본인 마호(24)씨는 “성수동 일대가 한국의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인 곳이라고 해서 찾았다”고 했다.
최근 엔화 강세 바람을 타고 일본인에게 상대적으로 저렴해진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느는 가운데, 20대를 중심으로 한 젊은 관광객이 늘면서 일본인이 주로 찾는 한국의 관광지도 바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콘텐츠 붐을 타고 뷰티·음식·K팝 등 다양한 한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곳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다.
하나카드가 작년 12월~올해 2월 한국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의 카드 사용액을 집계해 봤더니 결제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성동구(215.6%)로 나타났다. 성동구는 성수역 3번 출구와 4번 출구 거리를 중심으로 최근 유명 브랜드들과 편집숍, 빵집들이 들어서며 한국의 젊은 MZ세대에게도 인기 있는 지역으로 꼽힌다. 실제 일본인 관광객이 성동구에서 쓴 카드 결제액을 업종별로 봤을 때도 의류·잡화·뷰티 관련 소비가 49%로 집계돼 전체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이어 용산구(142%) 등도 전년 대비 일본 관광객이 더 많이 돈을 쓴 곳으로 꼽혔다. 용산구도 한남동과 용리단길, 해방촌 등을 중심으로 트렌디한 가게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꼽힌다. 피부·미용 시술 등을 위해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강남구에서 일본인이 쓴 금액도 전년 대비 37.7% 늘었다. 강남구의 카드 결제액 중 의료·보건 관련 소비가 전체의 45%를 차지했다. 이 기간 한국을 찾은 전체 일본인의 카드 사용액은 전년보다 39% 늘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작년 12월~올해 2월 3개월간 한국을 찾은 일본인 수는 64만4729명으로 전년(52만439명) 대비 23.9% 늘었다. 특히 이 중 20대가 65.4%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