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변덕스러운 관세에 뉴욕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인 가운데 지난주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주식을 약 2조6000억원어치 폭풍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가 반등에 베팅한 것인데, 시장 전망이 안갯속이라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3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4~10일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매수가 매도보다 많은 것)는 18억6676만달러(약 2조6000억원)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개인 투자자의 코스피 순매수액(4조3550억원)의 59%에 달한다.
미국 주식 순매수는 직전 주(3월 28일~4월 3일)에 9억99만달러였고, 그 전주(3월 21일∼3월 27일)에 3억7475만달러였다. 지난주는 2주 전보다 그 규모가 약 5배로 급증한 것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특히 주가 움직임의 2~3배 수익을 꾀하는 고위험 레버리지 상품 위주로 골라 담았다. 이 기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 SHS’(SOXL)로 5억9251만달러어치 순매수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를 3배 추종하는 고위험 상장지수펀드(ETF)다. 그 뒤를 테슬라(2억7182만달러), 나스닥 지수를 3배 추종하는 ‘프로셰어스 울트라프로 QQQ’(TQQQ·2억5875만달러)가 이었다.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 잔액은 2023년 말 680억달러에서 2024년 말 1121억달러로 고점을 기록한 후 이달 10일 935억달러(약 133조원)로 줄어든 상태다. S&P500이 연초 이후 8.8%, 나스닥은 13.39% 하락하는 등의 주가 하락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시장 출렁임이 당분간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서학 개미의 ‘베팅’에도 큰 위험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13일 “월가 전문가들도, 상장사 최고 경영진들도 시장 방향을 예측하기 힘든 상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