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증권(039490)이 ‘매매 지연 사태’에 사과하며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를 5거래일 동안 받지 않기로 했다. 65억원 상당의 수익을 포기한 셈이다. 피해 보상 절차에 불만을 토로하는 고객이 적지 않은 상태라 수수료 이벤트가 고객 이탈을 막을 수 있을지가 중요해졌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키움증권은 오는 14일부터 18일까지 코스피·코스닥·코넥스시장 종목을 비롯해 상장지수펀드(ETF), 상장지수증권(ETN), 주식워런트증권(ELW) 거래 수수료를 받지 않기로 했다. 이 기간 키움증권 홈·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HTS·MTS) 이용 고객은 주식 매매 때 유관기관 수수료(한국거래소 기준 0.0036396%)만 내면 된다.
키움증권의 지난해 국내 주식 위탁 매매 수수료 수입은 총 3697억원이다. 245거래일 장이 열렸던 점을 고려하면 하루 13억원가량을 벌었다. 키움증권이 이번 5거래일 수수료 면제 이벤트로 약 65억원을 포기한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이달 3일과 4일 키움증권 트레이딩 시스템에서는 이틀 연속으로 주식 주문 처리가 지연되는 문제가 발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부과,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심판 등과 맞물려 거래량이 급증한 여파였다. 키움증권은 주말(5~6일) 동안 서비스를 전면 중단한 채 시스템을 점검했고, 지난 8일 사과의 의미로 수수료 무료 이벤트를 발표했다.
키움증권이 무료 이벤트를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핵심 고객인 개인 투자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그간 키움증권은 국내 주식 개인 투자자 시장점유율 30% 안팎을 유지하며 1위 자리를 지켜왔다. 하지만 최근 리테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활동계좌(최근 6개월간 누적 약정이 0을 초과하는 계좌) 수가 지속해서 줄었다. 여기에 매매 지연 문제까지 불거지는 바람에 고객을 달랠 필요성이 커졌다.
키움증권은 수수료 무료 이벤트와 별개로 피해 보상 절차를 밟고 있다. 홈페이지 고객 게시판에 올라온 보상 요구 게시물만 400여개다. 실제 보상 요구 고객은 더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피해 보상이 ‘로그 기록’을 기준으로 하는 점이다. 일부 투자자는 “주문이 제때 접수되지 않아 매매가 이뤄지지 않은 만큼 로그 기록과 실제 주문 시간에 시차가 있을 수 있다”며 “로그 기록만 보고 피해 여부를 따진다는 것은 사실상 키움증권이 보상하지 않으려는 꼼수”라고 주장한다. 보상 요구가 몰리다 보니 아직 연락을 받지 못한 고객도 적지 않아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키움증권은 보상 절차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민원 접수된 고객에게 차례로 연락을 돌리고 있다”며 “객관적 보상 산정 기준이 로그 기록이고, 이를 바탕으로 최선을 다해 보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