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전쟁에 제동을 건 미국 국채 가격 급락(국채 금리 상승)은 세계에서 미 국채를 가장 많이 보유한 일본 투자자들이 주도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미 폭스비즈니스는 10일 “미 국채 10년물 금리와 30년물 금리가 급등한 것은 누군가 미국채를 매도했기 때문인데, 이를 매도한 주체는 최대 미 국채 보유국인 일본”이라고 보도했다. 친(親)트럼프 언론인으로 분류되는 찰리 가스파리노 폭스비즈니스 기자는 “백악관과 몇몇 대형 자산운용사들을 취재한 결과 이것(일본의 미 국채 매도)이 트럼프가 90일간 유예 조치를 취하게 된 이유“라며 “대량 채권 매도가 이뤄진다면 사람들은 미국 경제에 대한 신뢰를 잃게 된다”고 전했다.

일본 닛케이신문도 11일 “트럼프의 관세전쟁을 막은 것은 ‘채권자경단’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일본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미 국채를 매도하고자 하는 움직임이 나타난다”고 보도했다. 채권자경단이란 과도한 재정 지출처럼 국가 재정을 악화시키는 정책을 막기 위해 채권을 팔아 금리를 끌어올리는 투자자를 말한다. 미쓰비시UFJ은행 관계자는 “미국 자산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금융시장의 긴장감은 계속되고 있다”며 “일본 투자자들도 미 국채 보유량을 감당하기 어려워 매도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일본 재무성 통계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주에 미 국채를 비롯한 해외 채권을 2조5000억엔(약 25조원)어치 순매도(판 금액에서 산 금액을 뺀 것)했다. 5개월 만에 최대 규모였다.

트럼프 관세 정책에 대한 일본 내 반발도 확산되고 있다. 닛케이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관세율을 알게 된 것은 당일 아침 미국 보도를 통해서였다”며 “1991년 미국의 이라크 공격도 사흘 전에 통보받았을 정도로 강력한 동맹이었던 미·일 관계에서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다는 소식에 관계자들은 충격받았다”고 전했다. 일본이 80년 동맹이었던 미국에 더 이상 의존할 수 없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미국의 관세 조치를 ‘국난(國難)’으로 규정하고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11일 “일본 여당은 트럼프 관세 정책으로 인한 국민의 경제적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1인당 3만~5만엔(약 30만~50만원) 정도의 지원금을 지급하고 소비세를 감세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