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투자증권 서울 여의도 TP타워 본사 전경. / 신한투자증권 제공

신한투자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IB) 도전을 공식화했다. 정확히는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에만 허용되는 발행어음 사업 신청서를 제출하겠다는 뜻이다. 그간 신한투자증권은 금융사고와 내부통제 부실 문제 등으로 당국 눈치를 보느라 초대형 IB 진출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정부가 종투사의 역할을 주문하며 경쟁력 제고방안을 내놓자 도전하는 쪽으로 입장을 확정했다.

11일 신한투자증권은 “이틀 전(4월 9일) 금융당국이 종투사 제도 개선안을 발표한 뒤 내부적으로 올해 하반기 발행어음 신청서 제출 여부를 논의했다”며 “여러 의견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끝에 (발행어음 비즈니스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금융위원회는 이달 9일 발표한 ‘증권업 기업금융 경쟁력 제고방안’에서 “올해 3분기 중 종투사 추가 지정을 위한 신청서 접수에 나서겠다”고 했다. 종투사는 3조원(기업신용공여), 4조원(발행어음), 8조원(종합투자계좌·IMA) 등 자기자본 규모에 따라 허용되는 업무가 다르다. 금융위는 이 중 4조원(발행어음)과 8조원(IMA) 종투사 신청서를 3분기 중 받겠다고 했다.

발행어음은 증권사가 자체 신용으로 발행하는 만기 1년 이내 어음이다. 자기자본의 2배까지 판매할 수 있다. 발행 절차가 간단하고 자금 조달도 쉬워 유동성 확보 측면에서 쏠쏠하다. 신한투자증권의 자기자본 규모는 2024년 말 기준 5조4945억원으로, 발행어음 비즈니스를 위한 재무 요건은 갖춘 상태다.

현재 국내에서 발행어음 사업을 영위 중인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006800),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005940), KB증권 등 4개사다. 아직 인가를 받진 않았지만 진출을 원하는 증권사는 삼성증권(016360), 키움증권(039490),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등이다.

그동안 신한투자증권은 발행어음 사업이 가능한 이른바 초대형 IB 진출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2019년 라임펀드 사태 후폭풍이 거셌고, 작년에도 1300억원 규모의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매 손실 사고로 금융감독원과 검찰 조사를 받은 탓이다. 이 과정에서 느슨한 내부통제 시스템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사고와 관련한 당국·검찰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인데도 신한투자증권이 발행어음 사업에 도전장을 내기로 한 건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인가 문턱을 높이겠다고 예고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 발표 당시 금융위는 “증권사들이 준비해 온 상황을 고려해 올해는 현행 요건에 따라 종투사를 지정하고, 내년부터는 지정 요건을 강화하겠다”고 했다.

금융당국은 종투사 지정을 위한 가장 핵심적인 요건인 자기자본 요건의 경우 내년부터는 연말 결산 기준으로 연속 2기간 충족해야만 한다고 했다. 또 종투사에 지정되면 인가에 준하는 신규 업무가 가능해지는 만큼 사업 계획과 본인 제재 이력(사회적 신용) 요건을 신설하겠다고 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자본시장 정책 취지에 따라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공급자로서 역할을 해내고자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만 최우선 과제는 확실한 내부통제고, 초대형 IB 준비 역시 내부통제 강화 기조 하에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