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관세전쟁으로 최근 글로벌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를 탄 가운데 인도 주식시장만 나 홀로 평온함을 보이면서 ‘변동장 대피처’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 달간 9일까지 주요국의 주식시장이 10% 넘는 하락세를 보였지만, 인도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인도 센섹스 지수는 9일까지 -0.36%, 대형 우량주 50개로 구성된 니프티 50은 -0.27%로 -1% 내 하락률을 보였다. 또 최근 한 달간 국내에서 설정된 주요 지역별 펀드 수익률도 인도만 0.91%로 유일하게 플러스(+)를 기록했다. 10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북미 펀드는 -11.22%, 유럽 펀드는 -13.91%, 일본 펀드는 -17.05%, 중국 펀드는 -17.75% 등 모두 두 자릿수 감소율을 보였다. 국내 투자자들이 인도 펀드에 넣은 자금은 3조1121억원에 달한다. 미국 등 북미, 중국에 이어 셋째로 많은 돈이 투자돼 있다.
◇내수 중심 경제… 중국 대안으로 부각
인도 주식시장이 선방한 이유는 먼저 내수 중심 경제구조다. 인도의 최대 수출국은 미국으로 전체 수출의 17%를 차지하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로는 2.3%로 베트남(25%)이나 멕시코(27%) 같은 주요 신흥국보다 훨씬 적다. 또 인도 대미 수출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의약품은 관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문남중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도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재개, 브릭스(BRICS) 연합 강화, 중국과 국경 분쟁 완화 등으로 무역망 다변화를 추진 중인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인도 정부의 발 빠른 대응도 꼽힌다. 지난 2월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고 미국산 버번 위스키와 오토바이에 대한 수입 관세를 내리는 등 선제적 조치를 실행했다. 또 지난 2월 기준금리를 5년 만에 인하하고, 법인세 인하, 외국인 투자 자유화, 인프라 투자 확대 등 투자 친화적 분위기도 조성했다. 인도 루피화도 안정적인 모습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의 주요 타깃인 중국 의존도를 줄이려는 움직임에 인도가 수혜를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가 정보기술(IT)과 서비스 중심 산업 구조인 것도 투자자들에게 매력적 요소다. 최근 미국 주식시장 폭락을 빅테크가 주도한 것은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로 인한 우려도 있었는데, 인도는 ‘제2의 딥시크’를 만들 저력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작년 말부터 인도 주식시장의 약점으로 꼽히던 고밸류에이션 부담이 줄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가현 삼성자산운용 매니저는 “니프티50 지수의 5년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17~18배 수준인데, 지난해 23배에서 최근 17배로 내려왔다”고 했다.
◇증권가 “변동장 대피처는 인도”
인도 주식시장이 글로벌 시장의 출렁임에도 크게 흔들리지 않자 국내 증권·자산운용사들도 잇따라 눈을 돌리고 있다.
KB증권은 11일 인도 기업에 투자하는 상장지수증권(ETN) 2종이 신규 상장될 예정이다. ‘KB 인디아 대형 성장주 Select 5 ETN’은 지난 1년간 매출이 최소 10% 이상 성장한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 5곳에, ‘KB 인디아 디지털 Select 5 ETN’은 디지털 혁신을 선도하는 시가총액 상위 5곳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삼성자산운용도 지난 8일 인도의 중소형 우량주에 직접 투자하는 국내 첫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인도 니프티 미드캡 100 ETF’를 상장했다. 인도 의료의 강자인 ‘맥스 헬스케어’, 전통 호텔 기업 ‘인디언 호텔’ 등이 편입됐다.
KB자산운용은 지난 1일 국내 최초로 인도 디지털 산업에 집중 투자하는 ‘RISE 인도디지털성장 ETF’를 내놨다. 기초지수는 인도 디지털 산업의 45개 대표 기업으로 구성된 ‘INR(MarketVector Digital India Index)’이다. 노아름 KB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인도는 전 세계에서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국가로, ‘디지털 인디아’ 정책으로 인터넷 보급을 확산하고 모바일 결제와 전자상거래 등 IT 산업을 육성할 계획이어서 매력적”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