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 시장이 급락 하루 만에 반등했다. 전날 5.57% 폭락했던 코스피는 8일 0.26% 오른 2334.23에, 코스닥지수는 1.10% 상승한 658.45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와 코스닥은 각각 2% 넘게 상승하며 출발하기도 했다. 지난 3~4일 이어지던 뉴욕 증시의 폭락세가 주말을 지나 진정세로 접어든 데다, 개장 전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30% 이상 웃도는 등 국내 호재도 있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코스피와 코스닥은 장 초반의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고 상승 폭을 줄였다. 외국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에서 6000억원 넘게 순매도(매도가 매수보다 많은 것)하는 등 매도세를 이어갔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뉴욕 증시 진정의 영향 등으로 국내 증시가 비교적 큰 폭의 상승세로 출발했지만, 미·중 간의 관세 전쟁 이슈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면서 “9일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가 예정된 만큼, 투자자들이 이벤트를 앞두고 소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래픽=박상훈

폭락세는 일단 진정됐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코스피 예상 범위를 속속 낮추고 있다. 미국의 상호 관세 충격이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증권은 4월 코스피 예상 범위를 기존보다 100포인트씩 낮춘 2250~2550포인트로 조정했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1기 때보다 무역 분쟁의 전선이 넓고 더욱 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무역 분쟁의 부정적 영향이 한국 기업 실적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 있다”고 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이날 “예상보다 강했던 트럼프의 관세 정책 영향을 반영했다”며 2분기(4~6월) 코스피 예상 범위를 조정했다. 기존의 2300~2850 범위는 유지하되, 여기에 ‘최고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추가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각국이 미국과 협상을 통해 실효 관세율이 10% 초중반 수준으로 낮아지는 ‘최고 시나리오’에선 코스피 하단이 2600선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유럽과 중국이 미국에 대항하는 ‘최악의 시나리오’에선 코스피가 2300선 밑으로 내려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현재 수준에서 주가가 더 하락하긴 어렵다는 긍정적 전망도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저점을 다시 시험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주가 수준은 과매도 상태”라며 “현 시점에선 기존 포지션을 유지하며 상황 변화를 지켜보는 것이 현실적인 대응”이라고 말했다.

국내 증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뉴욕 주식 시장 전망도 전문가와 투자 대가들 사이에서 엇갈리고 있다. 월가에서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 캐피털 최고경영자(CEO)는 7일 미국 경제방송 CNBC에 나와 “S&P500이 4500까지 떨어질 것으로 본다”며 “시장이 좀 더 지속적인 바닥을 형성할 때까지는 현금을 보유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현재 S&P500이 5000대 초반이라서, 추가 하락 폭을 10%쯤으로 본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CEO도 이날 뉴욕경제클럽 대담에서 “장기적으로 본다면 지금은 매도보다는 매수 기회”라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주가가 현재보다 20% 더 하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추가 하락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블랙스완’ 전략으로 유명한 유니버사 인베스트먼트의 마크 스피츠나겔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미국 경제의 버블이 터질 경우 증시가 80% 폭락할 수 있지만, 지금이 그 시점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잠깐의 혼란 뒤에 큰 반등이 올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켄 피셔 피셔인베스트먼트 회장은 “트럼프의 잘못된 관세 정책이 실패로 끝난 뒤 시장은 반등할 것”이라고 예상했고, 잭 맨리 JP모건자산운용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나쁜 매도’ 뒤에는 일반적으로 강한 반등이 뒤따른다”며 “이번 반등은 매우 강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