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테슬라와 엔비디아 주가가 30~40% 넘게 하락한 가운데 두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삼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이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하지만 테슬라와 엔비디아 주가가 지난달부터 급락하면서 일부 ELS가 녹인(손실) 구간에 진입하는 등 손실 발생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 증시 약세가 장기화하면 미국 증시를 추종하는 ELS 상품 전반적으로 대규모 손실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1월 1일~4월 7일) 테슬라 또는 엔비디아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405개 발행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271개의 관련 ELS가 발행된 것과 비교해 50% 늘었고, 납입 규모는 3966억원에서 6600억원으로 66%(2634억원) 늘었다. NH투자증권이 81개로 가장 많이 출시했고, 키움(77개)·미래에셋(77개)·한화(47개)·하나(33개) 등이 뒤를 잇는다.
ELS는 만기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가격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원금과 이자를 주는 파생상품이다. 만기는 통상 3년이고 6개월 단위로 기초자산을 평가하는데, 조기 상환 기준을 충족하면 원금과 이자 지급한다. 만약 만기 전까지 기초자산 가격이 지정 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12월 17일 479.86달러로 고점을 찍은 후 4일 239.43달러로 반토막 났다. 올해 들어선 41% 하락했는데, 지난 2월 말부터 30% 넘게 빠졌다. 엔비디아 역시 올해 1월 6일 149.43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94.31달러로 37% 하락했다.
작년 10월 중순까지 테슬라 주가는 220달러대를 밑돌았고, 엔비디아는 같은 해 9월부터 100달러 넘기며 급등세를 보였기에 그전에 발행된 ELS는 무사히 조기 또는 만기상환이 이뤄졌다. 이에 증권사도 재발행 여력이 있고, 저가 매수로 이익을 얻으려는 ELS 투자자 수요도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 들어선 185개의 관련 ELS가 연 10~20%대 수익률을 내고 만기·조기 상환됐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출시된 테슬라·엔비디아 투자 ELS에 대해선 일부 상품이 원금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하나증권은 7일 엔비디아와 테슬라를 추종하는 15990, 16567, 16623회 ELS 3종이 손실구간에 진입했다고 공지했다. 특히 이달 29일이 만기평가일인 15990회의 경우 엔비디아 주가가 105.93달러를 넘기지 못하면 손실이 발생한다. 테슬라 주가도 194.64달러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키움증권(039490)은 이날 지난해 12월 출시된 제1295회, 1296회, 1298회 뉴글로벌 100조 ELS 3종이 손실구간은 아니지만, 1차 평가에서 조기 상환이 연기됐다고 공지했다. 3종은 모두 테슬라를 공통 기초자산으로 하고, AMD와 엔비디아 등을 담고 있다.
미국 증시가 더 하락하면 다른 빅테크주를 담고 있는 ELS의 손실 위험도 커질 수 있다. 이날 미래에셋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은 지난해 발행한 제35277회 ELS, 한화스마트 9302호 ELS가 기초자산인 AMD가 기준가를 밑돌아 각각 손실구간과 리자드 베리어에 진입했다고 밝혔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 정책이 변경 없이 진행되면 빅테크의 실적 추정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며 “애플, 아마존, 테슬라, 엔비디아가 영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많은 ELS의 만기가 아직 남아있는 만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기준가의 20~40% 내외로 녹인 구간을 설정한 상품들도 상당수 있어 기초자산 주가가 폭락하지 않는 한 만기에 환급받을 수 있다. 일례로 지난달 발행된 미래에셋증권 35959호 ELS의 경우 기초자산인 테슬라 주가의 낙인 베리어가 25%로, 2028년 만기까지 176달러 아래로 밀리지 않으면 상환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