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넥스 시장에서 6개 기업이 신규 상장할 때 두 배 넘는 14개사가 상장폐지된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상폐 사유다. 코스닥 이전상장과 같은 건강한 이유보다는 지정자문인을 구하지 못했거나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기업이 다수였다.

코넥스기업은 지정자문인(증권사)으로부터 관리를 받아야 하는데, 코넥스 기업 상황이 신통치 않다 보니 증권사들도 지정자문인 사업에 회의적인 분위기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코넥스 상장사는 121곳으로, 전년(129곳) 대비 8곳이 감소했다. 세븐브로이맥주·유비씨·에이엠시지·창대정밀·타조엔터테인먼트·팡스카이 등 6개사가 시장에 입성했지만, 이브이파킹서비스·셀젠텍 등 14곳이 상장폐지된 탓이다.

상폐 사유가 코넥스 목표에 부합하는 스팩합병이나 코스닥 이전상장인 곳은 듀켐바이오·한중엔시에스·다원넥스뷰·H&S하이텍 등 4곳에 불과했다. 에스케이씨에스와 골프존데카는 타법인의 자회사 편입, 피흡수합병을 이유로 시장에서 나갔다.

나머지 8곳 가운데 씨엔티드림·디피코·베른·젬·피노텍 등 5곳은 감사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시장에서 퇴출당했​다. 화장품 제조기업 씨엔티드림은 지난해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2020년 12월 상장 후 약 4년 만에 상폐됐다. 실적 부진이 계속되고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66억원으로 완전자본잠식 상태였기 때문이다. 전기차 제조업체 디피코도 완전자본잠식이 주요 이유였다.

코넥스 상장 요건. /신한투자증권 사이트 캡처

이브이파킹서비스·셀젠텍·에스엠비나는 기존 지정자문인 계약 해지 후 30일 이내 새 자문인을 구하지 못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지정자문인은 상장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상장 심사와 자문 업무를 수행하는 증권사를 의미한다.

지정자문인을 선임하지 못한 주된 이유는 실적 부진이다. 지난해 거래소 분석 대상인 코넥스 상장사 103사 중 65%에 달하는 66사가 당기순적자를 냈다. 그중 50곳이 2년 연속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패션브랜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에스엠비나는 2021년 영업적자로 전환한 후 부진이 이어지다 자문인 계약 해지 후 재선임을 못 해 시장에서 나갔다.

2023년 7월 코넥스에 상장한 전기차 충전기 업체 이브이파킹서비스는 상장 8개월 만에 감사보고서 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이후 자구책을 모색했지만 잦은 공시 번복으로 벌점이 누적됐다. 이 회사는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되면서 지정자문인 계약을 해지하고 새 자문인을 찾지 못해 결국 상장폐지됐다.

오너 리스크도 있다. 헬스케어 기업 셀젠텍의 경우 작년 7월 각자 대표이사 중 한 명이 240억원을 횡령한 사실 밝혀진 후 지정자문인인 BNK투자증권과 선임 계약을 해지하고 추가 자문인을 구하지 못해 시장에서 퇴출됐다. 통상 자문인을 맡은 증권사는 계약을 맺은 기업이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하면 선임 계약 해지를 요구할 수 있는 조건을 계약에 명시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증권사들은 지정자문인 선정에 회의적이다. 자문인 자체의 수수료 수익은 크지 않기에 추후 코스닥 상장 가능성 등까지 보고 투자해야 하는데, 그런 기업을 찾기 힘들어서다. 기업공개(IPO) 인력을 다른 곳에 투입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증권사가 점차 늘고 있다. 현재는 IBK투자증권 등 일부 중소형 증권사만 지정자문인 사업에 참여하는 분위기다.

지정자문인 사업을 축소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뜩이나 IPO 인력이 부족한데, 지정자문인은 수익성 대비 업무가 많고 리스크도 크다”며 “자문인 계약 시 자사 스스로 코스닥 상장 가능성 평가를 진행하는데, 맞지 않는 기업이 대부분이라 계약이 무산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