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보다 강한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 결정으로 3일 코스피가 0.76%, 코스닥은 0.2% 하락했지만, 세부 업종과 종목을 들여다보면 등락이 엇갈렸다. 국내 증권가에선 트럼프 관세 폭탄 속에서 안전지대와 위험지대를 구분해서 보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미(對美) 수출 비율이 높은 자동차와 관련 부품주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직면했지만, 방위산업·조선 등 일부 업종은 상대적으로 선방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그래픽=양진경

◇안전지대 ‘방산·바이오·엔터'

우선 이날 관세 무풍지대로 불리는 제약·바이오가 상승세를 보였다. 당장 상호 관세 적용 대상이 아닌 데다, 앞으로 관세가 부과돼도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분석됐기 때문이다. 이날 삼성바이오로직스(6%), SK바이오팜(5.22%), 유한양행(3.37%) 등이 일제히 올랐다. 이희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역별 매출을 보면 작년 기준 65%가 유럽이며 미국은 약 25%에 불과하다”며 “현재 공급 계약에 따르면, 관세는 대부분 고객사 부담이어서 관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엔터테인먼트주도 일제히 올랐다. 상품이 아닌 서비스 중심이라 관세 영향이 적은 데다,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복원돼 한한령(限韓令·한류 제한령)이 해제될 수도 있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하이브는 이날 1.94%, SM엔터테인먼트는 3.84% 올랐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관세 위협이 적고, 고환율에 따른 수혜, 실적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감 등으로 엔터테인먼트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며 “향후 중국 공연 재개 등으로 산업 성장은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꼽히는 방위산업·조선도 ‘관세 안전지대’로 꼽힌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5.13%, LIG넥스원은 3.98% 상승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관세의 타깃 중 하나가 방위비 분담 압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관련 산업인 우주·국방은 오히려 상승 모멘텀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유럽의 탄약 수요 강세와 미국의 동맹국 역할 강화 요구는 국내 방산 업체에 구조적으로 성장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업도 미국의 대중 견제 강화에 따른 반사 이익을 얻을 기대감이 있다. 양형모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중국 조선소의 수익 창출을 차단하려 할수록 선주들이 한국 조선소로 발주를 전환하는 움직임이 가시화될 수 있다”며 “중국 발주 물량의 일부만 한국으로 우회해도 엄청난 수주 잔고 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정보 통신(IT)도 수혜주로 꼽히며 네이버(1.53%), 카카오(4.77%) 등 이른바 ‘네카오’도 올랐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를 빌미로 각국의 플랫폼 규제를 협상 카드로 내밀 가능성이 높다”며 “이에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위험지대 ‘자동차·부품·배터리’

그러나 미국의 관세 폭탄의 피해가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부품, 배터리 등은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은 국산 자동차의 주요 수출 시장인데, 고율 관세로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면 현대차·기아의 미국 내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HL만도 등 부품 수출 기업도 타격권에 놓였다. 국내 배터리 기업도 고객인 자동차 회사 등의 판매 부진에 따른 연쇄적인 실적 악화 우려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날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는 1%대,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은 4%대 하락세를 보였다. 이현욱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모든 완성차에 관세가 부과되면 소비자가격 상승으로 전기차(EV) 수요도 감소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국내 대장주인 삼성전자(-2.04%), SK하이닉스(-1.67%)도 위험 종목으로 분류되며 하락했다. 반도체는 이번 관세 부과에선 제외됐지만, IT 디바이스가 관세 부과 대상이기 때문이다. 차용호 LS증권 연구원은 “대부분의 세트 조립이 베트남, 멕시코 등 인건비는 낮지만 관세가 높은 국가에서 이뤄지고 있어 결국 수요 측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