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發) 관세 부과 소식에 한국·일본 증시가 일제히 급락 출발했다. 2일(현지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등 세계 각국에 대한 관세율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관세 전쟁’ 우려가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3일 오전 9시 20분 코스피는 전날보다 52.02포인트(2.08%) 내린 2453.84에, 코스닥지수는 7.01포인트(1.02%) 내린 677.84에 거래되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200억원, 1500억원어치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개인만 3700억원가량 순매수 중이다. 삼성전자(-2.5%)와 SK하이닉스(-3.8%), LG에너지솔루션(-4.7%) 등 시가 총액 상위 종목들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은 각각 4%, 1%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1%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방산과 바이오 부문은 미국발 관세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안전지대’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 대비 4.4원 오른 1471원에 개장했다가 하락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평균도 3.2% 내린 3만4583.83에 거래 중이다. 도요타자동차가 5%가량 급락한 것을 비롯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큰 폭의 내림세를 나타내고 있다.
iM증권은 이날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 내용에 대해 “시장이 우려했던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했다”고 평가했다. 박상현 연구원은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보편적 관세율은 10%지만 이른바 ‘더티 15개국’ 등에 부과되는 관세율은 시장의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면서 “특히 상호관세율 20%가 부과된 유럽연합(EU)보다 한국을 포함한 주요 아시아 국가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예상보다 높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일단 최악의 수준에 근접한 상호관세율이라는 점은 부정하기 어렵다”면서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에 충격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고 미국 경기 둔화 및 물가 압력을 높일 수 있는 변수로 판단된다”고 했다.
다만 이 같은 충격이 장기화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전망도 나온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주식 시장은 지난달 중 관세 불확실성으로 인한 주가 조정을 몇 차례 겪으면서 일정 부분 선제적으로 상호관세 리스크를 반영해왔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단기적인 주가 급락은 불가피하겠으나 상호관세발 주가 충격의 장기화, 추가적인 약세장 진입의 확률은 낮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