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용 로봇기업 유일로보틱스(388720)가 SK그룹 품에 안길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가도 급등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가 삼성전자(005930)의 자회사로 편입되면서 주가가 상승했던 것과 유사한 흐름을 기대한 투자자가 몰렸다.
유일로보틱스 주식은 2일 오전 전날보다 17% 안팎 오른 7만2000원 부근에서 거래되고 있다. 장 초반에는 주가가 7만9100원까지 뛰기도 했다. 유일로보틱스가 SK온의 100% 자회사 SK배터리 아메리카(SK Battery America)와 콜옵션(특정 가격에 살 수 있는 권리) 계약을 체결한 것이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일로보틱스는 전날 정규장 마감 후 김동헌 유일로보틱스 대표와 SK배터리 아메리카 간 콜옵션 계약을 공시했다. SK배터리 아메리카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유일로보틱스 지분을 1주당 2만8000원에 완전희석화 기준 최대 지분율 23%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완전희석화 기준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등을 모두 주식으로 바꿨을 때의 발행주식 수를 의미한다.
SK배터리 아메리카는 지난해 유일로보틱스에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투자해 지분 13.47%를 보유하고 있다. 콜옵션을 모두 행사하면 SK배터리 아메리카가 유일로보틱스 최대 주주로 올라선다. 지분율 30%를 웃돌고 지배력을 인정받으면 연결기준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
2011년 설립된 유일로보틱스는 스마트팩토리 자동화 시스템부터 산업용 로봇까지 개발·생산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352억원, 영업이익 4억원을 기록했다. 삼성그룹이 인수한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실적을 웃돌고 두산로보틱스(454910)의 매출(468억원)과도 격차가 크지 않지만, 유일로보틱스 주가는 상대적으로 저평가 받아 왔다.
유일로보틱스의 전날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7085억원이다. 레인보우로보틱스 시가총액(5조1216억원)과 두산로보틱스 시가총액(3조1470억원) 대비 각각 8분의 1, 4분의 1 수준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기준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배가 넘고 두산로보틱스는 8배가 넘지만, 유일로보틱스는 3.55배에 그쳤다.
증권 업계에서는 유일로보틱스가 SK그룹에 제품을 공급하면 주가도 재평가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찬솔 SK증권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SK온 이차전지 공정 내에서 유일로보틱스 장비를 테스트 중이다. 시장에선 실제 발주 여부나 규모가 올해 2분기(4~6월) 중에 확인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유일로보틱스 주가가 이미 로봇주 열풍을 타고 지난 2월 8만2000원까지 뛰었다가 소폭 조정을 겪었던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을 두고는 의견이 분분하다. 삼성전자가 계약했던 콜옵션을 행사한 뒤 주가가 급등했던 레인보우로보틱스 사례처럼 SK배터리 아메리카의 콜옵션 행사 시점이 주요할 것으로 보인다. SK배터리 아메리카는 앞으로 5년 이내에 콜옵션을 행사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