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관세 전쟁과 공매도 재개 여파로 우리 증시가 직격탄을 맞으면서 빚투(빚내서 투자)에 나선 개인 투자자들이 반대매매 공포에 떨고 있다. 실제로 증시가 3% 폭락한 지난달 31일에는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처분하는 반대매매 금액이 올해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반대매매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산 투자자가 빌린 돈을 갚지 못하면 증권사가 투자자의 주식을 강제로 팔아 자금을 회수하는 것을 말한다. 투자자가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면 증권사가 정한 담보 비율을 유지해야 하는데, 주가가 급락하면 담보의 자산 가액이 줄어든다. 증권사는 담보 비율을 맞추기 위해 추가 자금을 요구하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강제로 주식을 처분한다.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발생한 위탁매매 미수금 가운데 반대매매 금액은 115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숫자로, 전 거래일인 28일 반대매매 금액은 76억원이었다.
올해 들어 미수금 중 반대매매 금액은 꾸준히 증가했다. 위탁매매 미수금 중 반대매매 일평균 금액은 1월 45억9687만원, 2월 52억4682만원, 3월 62억7303만원으로, 계속 늘어나고 있다.
최근 증시 급락으로 빚을 내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증권사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하자 강제로 청산되는 주식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공매도 재개와 미국발 관세 영향으로 지난달 31일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각각 3% 하락했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는 미수거래에 따른 반대매매만 집계되고 신용거래에 대한 반대매매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반대매매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증권사가 반대매매에 나서면 시장가로 주식을 매도하기 때문에 주가가 더 떨어진다. 이로 인해 신용거래에 의한 반대매매가 늘어나는 악순환이 나타날 수 있다.
반면 대기성 자금으로 통하는 투자자예탁금은 크게 늘어났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58조4743억원으로, 지난해 8월 6일 이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 예탁금은 투자자가 주식을 사려고 증권사 계좌에 맡겨둔 투자 대기 자금을 말한다. 증시가 하락하자 투자자들이 주식시장 진입을 미루고 있다는 의미다.
대표적인 대기성 자금인 CMA 계좌 잔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달 31일 기준 CMA 잔액은 87조2867억원으로, 3거래일 만에 3조 넘게 증가했다. CMA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자금을 국채,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이다. 입출금이 자유롭고 은행 보통예금보다 높은 이율을 제공해 투자자가 뚜렷한 투자처를 정하지 못했을 때 대기성 자금을 넣어 두는 용도로 사용한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매도와 같은 여러 이슈와 더불어 미국의 상호 관세와 국내 탄핵 결정 여부 등으로 시장 변동성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에 따라 투자자들이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