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새로운 관세장벽 발표가 이틀 앞으로 다가온 31일, 무역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증시가 일제히 파랗게 질렸다. 4월 2일 상호 관세 발표에 앞서 여러 국가에 ‘면제’를 시사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0일엔 모든 국가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입장을 바꾼 데 이어, 세계 모든 국가의 수입품에 20% 관세를 일괄 인상하는 ‘보편 관세’로 급선회하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오는 등 관세 공포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이날 일본 닛케이평균은 3%대 급락으로 출발해 4.05% 하락한 채 마감했다. 한국 코스피와 코스닥은 나란히 3.0%, 3.01% 떨어지고, 대만 가권지수도 4.2% 급락하는 등 대미(對美) 반도체·자동차 수출 비율이 높은 3국 주식시장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한국 증시에선 코로나 사태 이후 5년 만에 이날부터 전면 재개된 공매도도 악재로 작용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주식을 팔아치운 통에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 주간 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가 전 거래일보다 6.4원 오른 1472.9원을 기록했다. 금융 위기 때인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약 1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중화권 증시도 영향을 피해가지 못했다. 중국 본토 상하이종합지수는 0.46% 하락하는 데 그쳤지만, 홍콩 항셍지수는 1.31% 내림세를 보였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 주요 시장은 이날 공휴일로 휴장했다.
지난해 두 자릿수 상승했던 일본과 대만 주가지수는 올해 관세 공포가 엄습하면서 뚜렷하게 꺾이기 시작했다. 두 나라 증시는 이날부로 올해 하락 폭이 10%를 넘어서, 본격적인 약세장에 진입했다. 일본 도요타자동차와 대만 TSMC 주가가 올 들어 각각 16.6%, 15.3% 급락하며 주가 하락을 주도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시장이 받는 이번 충격이 1998년 아시아 외환 위기나 2008년 금융 위기 때와는 전혀 다른 성질의 것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호주 민간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의 롤랜드 라자 수석경제학자는 이날 블룸버그에 “트럼프의 상호 관세는 아시아 전후 성장 모델에 심각한 위협을 가한다”며 “이제까지의 위기와 충격은 금융 부문에 제한된 것이었지만, 이번 충격은 훨씬 더 ‘구조적’인 성격”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상무부가 집계한 지난해 미국 10대 무역 적자국 중 6국이 아시아 국가다. 중국과 베트남, 대만, 일본, 한국, 태국 등 6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 적자액은 10대 적자국에 대한 총 무역 적자의 3분의 2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