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서 열린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 기자회견에서 최근 한국 기업 주주총회에 참석 후 충격을 받았다고 말하고 있는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 신흥국시장(EM) 대표(왼쪽)와 아마르 길 ACGA 사무총장.

최근 외국인 투자자 A씨는 국내 회사의 주주총회 참석을 위해 방한했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 A씨를 본 기업 관계자들은 “통역해주겠다”며 그를 주총장이 아닌 별도 장소로 안내했다. A씨는 “주총에 참석하려고 대륙을 건너왔는데 그 방에서는 영상으로만 주총을 보고 질문도 할 수가 없었다. 영상도 중간에 멈췄다”고 했다.

다른 기업 주총에 참석한 외국인 투자자 B씨도 질문을 못 하기는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기업 관계자가 B씨를 막으며 “사전에 질문지를 제출한 사람만 질문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씨는 “주총장에 이사회 멤버는 한 명도 참석을 안 하고, 대표이사가 일방적으로 진행하고 그마저도 15분 만에 끝났다”며 “이게 무슨 제대로 된 주총이냐”고 말했다.

지난 28일 아시아기업거버넌스협회(ACGA)가 기자회견을 열고 밝힌 내용이다. 1999년 홍콩에 설립된 ACGA는 글로벌 연기금, 국부펀드, 자산운용사 등 100여사가 회원인데, 이들의 운용 자산은 40조달러에 달한다. 이 자리에서 박유경 네덜란드 연기금 신흥국시장(EM) 대표는 한국 대기업의 주총장을 투자자가 아닌 기업 직원들이 채우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고도 했다. 글로벌 기업 주총에서는 최고경영자가 투자자 질문에 바로 답을 주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중계하는 게 일반적이다.

아마르 길 ACGA 사무총장은 한국 기업의 이사회도 비판했다. 그는 “한국 기업은 IR(기업 활동)팀 정도만이 투자자와 소통하는데, 투자자의 권리를 대변하는 이사회도 적극적으로 투자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시장의 이슈와 우려를 파악해 경영을 감독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