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미국 주식 개인 투자자)가 많이 투자한 미국 주식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가 잇달아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따른 위기감과 소비 침체 우려 등 악재가 겹치면서 서학개미가 선호하는 종목들이 된서리를 맞았기 때문이다.

KODEX 미국서학개미는 26일 오전 9시 40분 코스피시장에서 1만6925원에 거래됐다. 전날보다 주가가 2.76%(480원) 하락했다. 이날까지 최근 6거래일째 주가가 내림세다.

네이버페이 ‘내자산’과 연동한 투자자 가운데 Kodex 미국서학개미를 보유한 5912명의 평균 매수가격은 1만8787원이다. 지난 24일부터 주가가 평균 매수가격을 밑돌고 있다. 손실 투자자 비중도 40% 선에 육박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Kodex 미국서학개미 ETF를 산 투자자 기준으로 보면 지난 24일 기준 손실 투자자 비중이 이미 90% 선을 넘어섰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Kodex 미국서학개미 ETF는 미국 증시에 상장된 종목 중 예탁결제원 보관금액 상위 25개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한다. 투자 비중은 엔비디아(23.14%)가 가장 크고 이어 테슬라(17.68%), 애플(10.1%), 팔란티어(6.39%), 마이크로소프트(6.34%), 알파벳(4.91%)순이다. 지난해 레버리지 ETF를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인기를 끌었지만, 올해 들어 13%가량 하락했다.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도 마찬가지다. 같은 시각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주가는 전날보다 2.91%(490원) 하락한 1만6335원을 나타냈다.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도 5거래일 연속 약세를 기록 중이다. 네이버페이 연동 투자자 1174명의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평균 매수가격은 1만7360원으로 전날부터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했다.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 역시 국내 투자자가 많이 투자한 미국 주식을 편입하는 ETF다. 테슬라 비중이 19.8%로 가장 크고, 이어 팔란티어 17.2%, 브로드컴 16.1%, 알파벳 14.3%, 아마존 12.1% 등이다.

두 ETF 모두 많이 편입한 테슬라 주가가 밤사이 8% 넘게 급락하면서 이날 주가 낙폭을 키웠다. 테슬라의 지난달 유럽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반토막 난 영향이 컸다. ‘인공지능(AI) 방산주’로 불리던 팔란티어 역시 국방 예산 감축 가능성이 불거진 뒤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마이크로소프트가 데이터센터 2곳과 임대 계약을 해지했다는 소식을 설비 투자(CAPEX) 축소로 받아들인 투자자들이 AI 관련 종목을 팔아치우면서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도 주가가 내림세다.

가장 큰 문제는 최근 나온 소비 지표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의 2월 미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 미국 미시간대 2월 소비자심리지수 확정치, 컨퍼런스보드의 2월 소비자신뢰지수까지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R(recession·경기 후퇴)의 공포’가 고개를 들면서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커졌다.

서학개미가 선호하는 빅테크 전체가 흔들리면서 Kodex 미국서학개미와 ACE 미국주식베스트셀러가 내세웠던 집단 지성의 힘 논리도 무색해졌다.

한국 시각으로 오는 27일 새벽 나오는 엔비디아의 2025회계연도 4분기(2024년 11월~1월) 실적 발표가 시장의 단기 방향을 결정할 전망이다. 시장은 엔비디아가 주당순이익(EPS) 0.845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예측했다. 엔비디아가 2023년부터 8개 분기 연속 이어왔던 어닝 서프라이즈를 이번에도 달성할 수 있을지와 낙관적인 2026회계연도 가이던스를 제시할지가 관건이다.

이어 오는 28일 밤 나오는 미국의 1월 개인소비지출(PCE)도 발표된다. PCE는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결정할 때 중요하게 보는 물가 지표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 동안 세계 주식시장의 주도주로 자리매김했던 미국 주식이 잠시 2선으로 후퇴하는 국면이라고 판단한다”며 “올해 1분기 실적 발표가 있는 4월까지 가야 주도권 회복을 노려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