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미포(010620)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가를 새로 썼다. 미국이 ‘전략 상선단(Strategic Commercial Fleet)’을 확대할 것이란 기대감이 HD현대미포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전략 상선단은 평시엔 화물을 수송하거나 해군 보급을 지원하다가, 전시 등 비상사태가 발생하면 동원되는 선박이다. 미국이 전략 상선단을 확대하면 HD현대미포의 수주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HD현대미포가 건조한 석유제품 운반선. /홈페이지 캡처

HD현대미포는 21일 코스피시장에서 14만1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주가가 9.67%(1만2500원) 올랐다. 이날 장중 14만4300원까지 뛰면서 2007년 12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에 따른 수혜 업종으로 꼽히는 조선주가 이날 모두 강세이긴 했지만, HD현대미포의 주가 상승률이 두드러졌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이 이날 내놓은 보고서가 투자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연구원은 HD현대미포가 미국 전략 상선단 건조에 따라 국내 조선사 가운데 가장 빨리 혜택을 볼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의회에선 지난해 말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업과 항만 시설법(Ships for America Act)’이 발의됐다. 앞으로 10년 내 전략 상선단을 250척까지 늘리는 게 핵심 내용이다. 해당 법에는 전략 상선단은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건조한 상선으로 구성해야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 외국에서 건조한 상선도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국내 조선업체의 선박 건조 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인 점을 고려하면 미국이 국내 업체에 물량을 발주할 가능성이 크다.

전략 상선단의 한 축인 군사해상운송사령부(Military Sealift Command·MSC)와 계약된 지원선은 대부분이 중형 석유제품운반선(MR탱커)이다. 또 지난해 말 기준 미국 해사청(Maritime Administration·MARAD)이 관리하는 국방예비함대(NDRF) 86척 가운데 51척이 로로(RO-RO)선이다. 로로선은 일반 자동차는 물론 화물을 적재한 차량을 곧바로 실을 수 있는 선박이다.

HD현대미포는 MR탱커와 RO-RO선 모두 세계 시장 1위다. MR탱커 점유율은 50% 안팎, RO-RO선 점유율은 18%가량이다. 최 연구원은 이를 고려할 때 전략 상선단 건조가 본격화하면 HD현대미포가 수주할 수 있고, 주가 상승동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조선업 협력과 현지 진출 기대감으로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 주가가 많이 올라 2026년 예상 주가순자산비율(PBR·시가총액 ÷ 순자산) 기준 각각 22배, 17배에 달한다”며 “미국 전략 상선단 수주는 HD현대미포가 가장 빠르고 규모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2026년 예상 PER 10.5배에 불과한 상황에서 추가 멀티플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최 연구원뿐만 아니라 다른 증권사들도 HD현대미포에 대한 눈높이를 올리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새해 들어 HD현대미포에 대한 투자의견을 밝힌 국내 증권사 11곳의 평균 목표주가는 18만3800원이다. 이전 평균 목표주가 15만9600원보다 15% 높은 수준이다. 한국투자증권과 교보증권, 상상인증권은 20만원 이상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