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개인형 퇴직연금(IRP) 고객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삼성증권(016360)을 시작으로 주요 증권사들은 줄줄이 IRP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다. 개인들이 스스로 연금을 운용하려는 수요와 세제 혜택이 맞물리며 IRP 인기가 높아지는 가운데, 최근 3년 동안 가장 높은 IRP 운용 수익률을 기록한 곳은 대신증권(003540)인 것으로 나타났다.

IRP는 근로자가 회사에 다니는 동안 자유롭게 가입하고, 이직 혹은 퇴직 시 받은 퇴직금이나 본인 돈을 적립 및 운용할 수 있는 퇴직연금 제도다. 매년 1800만원까지 납입할 수 있고, 최대 700만원(만 50세 이상 연 900만원)까지 세액이 공제된다. IRP는 본인이 원하는 대로 자금을 운용할 수 있고, 직장을 그만두면 새 직장에서 다시 가입해야 하는 일반 퇴직연금과 달리 계속 보유할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조선DB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최근 3년 기준 IRP 수익률(원리금보장, 비보장형 모두 포함)이 가장 높은 곳은 대신증권으로 3.58%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미래에셋증권(3.31%), 한국투자증권(3.13%) 수익률도 3%대를 웃돌았다. 다음은 삼성증권(2.84%), 유안타증권(003470)(2.81%), 하나금융투자(2.73%) 등 순이었다.

최근 삼성증권은 국내에서 처음으로 IRP에 부과되는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삼성증권 다이렉트IRP’를 출시했다. 기존에 금융사들이 IRP 계좌에 연간 0.1~0.5% 수준으로 받아오던 운용 및 자산관리 수수료를 없앤다는 것이다. 삼성증권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미래에셋증권, 유안타증권, 신한금융투자, KB증권도 수수료 면제를 선언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증권이 처음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을 때 사실 많이 놀랐다”며 “IRP 자체만 두고 봤을 때, 수수료를 빼면 돈이 되는 사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들 입장에선 당분간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 결정이긴 하다”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기준으로는 신영증권(001720)의 수익률이 27.39%로 선두였다. 한국포스증권(17.81%), 유안타증권(13.41%), 한국투자증권(12.49%), 미래에셋증권(11.37%), 삼성증권(11.23%), 하나금융투자(10.93%), 대신증권(10.5%) 등이 뒤따랐다. 신영증권은 IRP 외에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을 모두 합친 수익률도 1위를 차지했다.

신영증권 관계자는 “투자형 연금상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오랜 시간 장기·가치·배당 투자 노하우를 바탕으로 고객들의 투자 목적과 성향에 맞는 포트폴리오 제안한 것이 효과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도 포트폴리오 관리 측면에서 강점을 계속 살려나가겠다”고 전했다.

한편,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은행, 증권사, 보험사의 IRP 적립금은 34조4000억원으로 한 해 전(25조4000억원)보다 약 35% 증가했다. 지난 2015년(10조8716억원)과 비교하면 5년 만에 200% 넘게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사의 IRP 적립금 규모도 꾸준히 느는 추세다. 지난해 말 전체 IRP 적립금에서 증권사 IRP가 차지하는 비율은 21.9%로 한 해 전(20%)보다 소폭 증가했다. 이 기간 증권사 IRP 적립금은 7조5485억원으로 약 49% 증가했다. 작년에는 전년(2조1434억원)보다 두 배 넘게 증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