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기업공개(IPO)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HD현대마린솔루션이 증권신고서 제출 일정을 확정했다. 상장 후 몸값은 최소 3조원, 공모 규모는 60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공모규모 6000억원은 2022년 LG에너지솔루션(373220) 상장 이후 최대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IPO 시장 호황에 힘입어 이르면 오는 5월 중 상장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HD현대그룹에 꾸준히 따라붙은 중복상장 논란과 재무적투자자(FI)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배그크레비스로버츠(KKR)의 구주매출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HD현대마린솔루션은 오는 25일 금융위원회로 증권신고서 제출을 잠정 확정했다. 회사 측은 현재 상장 대표 주관사인 KB증권, JP모건, UBS 등과 증권신고서 제출 전 분산 요건 확인 등 마무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는 앞서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코스피)본부로 상장예비심사를 제출, 지난달 상장요건 충족 승인을 받았지만 1개월 넘게 증권신고서 제출을 미뤄 왔다. 25일 증권신고서 제출을 시작으로 수요예측 등 절차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선 HD현대마린솔루션이 실적 개선세에 놓여 있는 만큼, 작년 결산을 모두 반영하려 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는 2016년 HD현대중공업의 선박 AS(애프터 서비스)사업부가 분할 설립된 회사로, 선박 개·보수가 주요 사업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조선업이 호황기에 접어들고 탄소 배출 규제 강화에 따른 친환경 선박 개조 수요가 증가하면서 HD현대그룹의 ‘알짜’ 계열사로 올라섰다. 2022년 별도 기준 1조원이 넘는 매출을 냈다. 작년 매출은 1조1452억원으로 1년 전보다 다시 6%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상장 후 기업가치는 약 3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작년 당기순이익이 1435억원으로 전년 대비 300억원 넘게 증가한 가운데, 최근 조선업 호황으로 조선업종 주가수익비율(PER)도 개선세에 놓인 덕이다. 삼성중공업 PER만 27배를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에선 HD현대마린솔루션의 IPO의 흥행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하 가능성이 꾸준히 제기되며 코스피가 상승 국면에 진입했고, 무엇보다 상장일 ‘따따블’(300% 상승) 기대감으로 공모시장에 자금이 쏠리는 현상이 이어져서다.
다만 높은 구주매출 비중은 넘어야 할 산으로 꼽힌다. 2021년 HD현대마린솔루션에 약 6500억원을 투자, 38% 지분을 확보한 KKR이 공모 주식의 절반 구주매출을 원하고 있어서다. 구주매출은 공모 자금이 회사에 유입되지 않아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미친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한국거래소에 제출한 상장예비심사청구에서 현재 발행주식수(4000만주)의 약 22%를 공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3조원 몸값 산정 시 6600억원을 공모로 모집하는 셈으로, 이중 절반인 3300억원은 KKR이 구주매출로 가져가게 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중복상장’ 논란도 문제로 꼽힌다.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꾸준히 실적을 올리는 HD현대그룹의 ‘알짜 자회사’인 만큼 상장이 마무리되면 지주회사인 HD현대(267250)의 저평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실제 자회사가 상장하면 지주사의 기업가치가 저평가로 이어져 지주사 주주가치는 훼손된다.
HD현대그룹은 잇단 쪼개기 상장으로 지주사 주식 저평가 논란을 겪어왔다. 2016년 현대중공업이 4개 회사로 분할한 일이 있었고, 2019년에도 HD현대중공업(329180)이 중간지주회사 HD한국조선해양(009540)과 나뉘었다. 이후 2021년 사업회사 HD현대중공업을 상장시키면서 HD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11% 하락한 바 있다.
중복상장 논란으로 상장이 철회된 곳도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2년 HD현대삼호중공업 상장을 추진하다 주주들의 반발에 밀려 중단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해 1월 FI가 보유하고 있었던 HD현대삼호중공업 지분을 모두 사들이며 결국 상장을 포기했다.
일각에선 HD현대그룹의 쪼개기 상장 논란은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주사인 HD현대 아래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글로벌서비스, HD현대로보틱스 등을 뒀는데, 이들 회사 모두 앞서 상장을 전제로 FI들로부터의 투자를 유치해 둔 상태이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HD현대글로벌서비스가 수익을 잘 내는 비상장사인 만큼 HD현대의 이중 상장 문제를 피할 순 없을 것”이라면서 “다만 2016년 분할, 2021년 투자를 유치하며 상장을 예정했기 때문에 이미 어느 정도는 분할 상장이 주가에 반영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