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 아시아나항공 화물터미널. /뉴스1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싱가포르항공의 최대주주이자 국부펀드 테마섹(Temasek)도 인수 후보들을 접촉하며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 등 국내외 PEF 운용사들은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인수전 참여를 위해 제주항공에 접촉했다. 그러나 이들은 제주항공이 이번 인수전 참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다른 인수 후보자와 접촉해야 하는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전에 관심을 보이며 유력 후보인 제주항공에 접촉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제주항공의 모기업인 애경그룹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외 사모펀드 운용사들은 이번 인수전 참여 항공사 중 유일한 전략적 투자자(SI)를 모기업으로 둔 제주항공을 유력 후보로 보고 있다.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의 한 관계자는 “숏리스트에 선정된 후보 가운데 유럽연합(EU) 및 미국 당국의 경쟁 적합성 평가 통과가 유력한 곳은 제주항공”이라며 “더군다나 다른 후보는 최대주주가 사모펀드 운용사이기 때문에 또 다른 재무적 투자자(FI)가 낄 자리는 부족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예비입찰에 참여해 적격 인수 후보(숏리스트)에 선정된 상태지만, 진성 원매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실사가 시작된 지금까지 인수를 위한 주관사를 선정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에어프레미아는 삼정KPMG, 에어인천은 EY한영, 이스타항공은 삼일PwC 등을 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주관사단을 꾸린 상황이다.

당초 제주항공 경영진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전 참여에 난색을 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조 단위로 추정되는 인수 금액도 부담스럽지만, 소형 화물 중심의 화물 사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대형 화물 위주의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는 시너지가 크지 않을 거라는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애경그룹은 제주항공 주식 절반가량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는 상황으로 자금 여력이 부족하다.

테마섹도 일부 후보들과 접촉하며 컨소시엄 구성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테마섹은 싱가포르의 항공, 항만, 전력, 통신 관련 다수의 공기업을 거느리고 있는 싱가포르 국부펀드다. 싱가포르투자청(GIC)과 함께 싱가포르의 양대 국부펀드로 꼽힌다. 이번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에어프레미아의 최대주주 JC파트너스는 복수의 사모펀드 운용사와 접촉을 이어가고 있다. 일부 운용사는 투자 구조를 두고 내부 논의를 진행 중이다.

한편 숏리스트에 선정된 후보들은 매각 측이 제공하는 가상데이터룸(VDR)을 통해 회사 재무 상태와 사업 내용 등에 대한 실사를 진행 중이다. 매각주관사 UBS는 오는 4월 실사를 종료하고 본입찰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