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뉴스1

17일 국내 증시는 보합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다 상승 마감했다. 코스피지수는 3200선에서 출발한 뒤 곧바로 하락으로 전환, 낙폭을 키우다가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유가증권시장의 반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엇갈린 전망이 나오며 주가가 급등락했고, 이에 지수도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91포인트(0.19%) 오른 3192.29를 기록했다. 지수는 뉴욕증시 반등 마감에 힘입어 전날보다 0.47% 오른 3201.42로 출발한 뒤 이내 하락 전환했다. 미국 국채 금리에 대한 부담감으로 위험선호 심리가 위축된 상항에서 반도체 지수 하락 충격이 겹치면서 반락해 장중 한때 3150선까지 물러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각각 501억원, 1598억원어치 순매수했다. 개인투자자는 3356억원 매도 우위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200 선물 시장에서는 개인과 기관투자자가 각각 370억원, 553억원 순매수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현물은 2거래일, 선물은 5거래일 연속 순매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지수는 최근 3200선을 전후로 등락을 이어가는 가운데, 실적 시즌에 따른 주도주와 소외주의 키 맞추기를 진행하고 있다. 전날 존슨앤존슨 실적 발표 이후 소외업종인 바이오 업종으로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방산과 조선, 원전 등 주도주들도 실적 전망에 따라 순환매가 나타나며 지수에 영향을 줬다.

특히 반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SK하이닉스(000660)의 급락이 장 초반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2만6500원(8.95%) 내린 26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SK하이닉스의 발목을 붙잡은 건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SK하이닉스에 대한 투자 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미반도체(042700), 한화비전(489790) 등 관련 밸류체인도 일제히 약세로 마감했다.

반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005930)는 전날보다 2000원(3.09%) 오른 6만6700원을 기록했다. 전날 ASML이 가이던스 부진으로 8% 가까이 급락하며 AI 반도체 업종에 대한 투자 심리가 악화했지만 씨티그룹의 목표주가 상향,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 해소 등 영향으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날 삼성전자의 거래대금은 2조5000억원에 달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삼성생명(032830), 삼성화재(000810) 등도 일제히 올랐다.

제약·바이오 관련주에는 저가 매수세가 유입됐다. 미국 존슨앤존슨 2분기 실적 호조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유한양행(000100)과 코스닥 시장 상장사 오스코텍(039200)이 개발해 수출한 ‘렉라자’ 매출이 2500억원 상당인 것으로 발표되며 로열티 수익 증가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일동제약(249420)펩트론(087010) 등 업종 전반이 강세를 보였다.

방산과 조선 업종은 호실적 전망에 주도주 상승이 재개됐다. 이스라엘의 시리아 수도 공습에 지정학적 긴장이 커지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 LIG넥스원(079550), 현대로템(064350) 등 방산주와 한화오션(042660), 삼성중공업(010140), HD현대미포(010620) 등 조선주도 올랐다.

스테이블 코인 관련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분석과 미국 하원의 암호화폐 법안 통과가 지연되며 관련주는 약세로 마감했다. 카카오페이(377300)는 교환사채(EB) 발행에 따른 오버행 우려가 부각되며 급락했고, 다날(064260)NAVER(035420) 등 핀테크 종목도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04포인트(0.74%) 오른 818.27을 기록했다. 지수는 전날보다 2.69포인트(0.33%) 오른 814.92에서 출발한 뒤 약보합세를 보이다가 상승 마감했다. 이날 코스닥 시장에서 개인과 기관투자자가 각각 626억원, 31억원어치 순매수한 가운데, 외국인 투자자는 홀로 714억원어치 순매도했다.

코스닥 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알테오젠(196170), HLB(028300), 파마리서치(214450), 리가켐바이오(141080) 등 바이오 관련주가 상승세를 보였다. 알테오젠은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며 코스닥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 테슬라 강세에 따라 에코프로비엠(247540)에코프로(086520) 등 이차전지주도 상승 마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간밤 파월 의장 해임 해프닝으로 통화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채 금리와 달러인덱스가 변동성을 보였고, 이것이 장 초반 아시아 증시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날은 SK하이닉스의 급락이 코스피 하락을 견인했고, 삼성전자가 하이닉스의 부진을 만회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주간거래 종가(오후 3시 30분 기준)는 전날보다 6.9원 오른 1392.6원으로 집계됐다. 종가 기준으로 지난 5월 19일(1397.8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