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7월 11일 17시 5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벤처캐피털(VC) 보광인베스트먼트와 스마트스터디벤처스가 배달형 푸드코트 운영사 ‘로칼’에 투자한 지 1년 만에 손실 위험에 처했다. 배달대행 플랫폼 ‘부릉’ 창업자의 연쇄 창업이란 점을 높이 평가해 투자했지만, 창업자가 실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아직 1심 선고만 나온 상태지만, 창업자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불거진 이상 로칼의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창업자 대표의 신뢰성과 리더십이 투자 판단은 물론 기업가치 산정의 핵심 지표로 활용되기 때문이다.
11일 VC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로칼 창업자 유정범 대표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유 대표는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유 대표는 지난 2023년 8월 기소됐다. 2022년 말 부릉 운영사 메쉬코리아가 유동성 악화로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사회 결의나 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총 30억원을 무단 인출해 소비한(배임) 혐의다.
유 대표는 당시 무단 인출 자금을 자문 용역 수수료 명목으로 제3자에게 송금한 혐의를 받는다. 유 대표가 보유한 부릉 지분을 담보로 OK캐피탈로부터 빌린 자금을 갚지 못하자 채권자 주도로 경영권 매각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는데, 이를 막기 위해 회삿돈을 유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1심 재판부는 유 대표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며 “경영권을 보전할 목적으로 배임 행위를 해 메쉬코리아에 손해를 끼쳤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회생 절차 개시로 보전 처분이 내려진 상태에서 허위 내용의 변제 허가를 신청하는 등 범행 수법도 불량했다”고 판단했다.
당장 보광인베스트먼트와 스마트스터디벤처스 등 로칼 투자자들의 불안이 커졌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유 대표가 신규 창업한 배달 푸드코드 운영사 로칼의 신규 투자 유치에 참여, 35억원 이상을 베팅했다. 유 대표의 1심 유죄 판결이 나오기 4개월 전이었다.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유 대표가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으며 로칼의 기업가치가 반토막 이하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VC들이 비상장 초기 기업에 투자할 때는 창업자의 신뢰성과 리더십 등 자질을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특히 로칼은 ‘맛집’의 요리법을 가져와 로봇 조리기 등으로 조리 후 배달하는 사업 구조를 내세워, 조만간 가맹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었다. 창업자의 사법 리스크는 가맹 유치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려한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투자 유치 규모 고려 시 지난해 7월 당시 기업가치는 약 200억원 내외였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설령 대표의 부재와 사업 지속성 사이의 직접적 상관 관계가 크지 않다 하더라도, 대표의 도덕성에 흠집이 난다면 추가 투자 유치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사기죄 형사 고소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다. 로칼 투자자 대부분은 투자 과정에서 유 대표가 배임 혐의로 형사 재판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한 투자자는 “형사 피고인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투자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칼은 지난 2023년 11월 설립됐으며 유 대표가 지분 50%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다. 주요 주주로는 보광인베스트먼트와 스마트스터디벤처스 외에도 와이앤아처, 류영준 전 카카오페이 대표가 설립한 투자전문 회사 워너에셋 등이 있다.
한편 로칼 측은 유 대표의 배임 혐의 1심 징역형과 투자유치 과정에서의 형사 재판 진행 사실 공개 여부 등과 관련해 “확인해보겠다”는 입장만 밝혔다. 아울러 유 대표는 “피해 회사(메쉬코리아)와 합의 등을 진행, 대표가 부재하는 상황은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