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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 6월 17일 14시 24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지난해까지 회계사를 구하지 못해 구인난에 시달렸던 금융감독원이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올해 초 신입 회계사 12명을 채용한 데 이어 최근 경력직 6명을 추가로 뽑은 덕분이다. 지난해 회계법인 영업이익이 약 20% 감소하는 등 업계 불황으로 회계사들의 금감원 선호도가 다시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번 주 8명의 경력 전문가 직원이 출근을 시작했다. 이들은 약 일주일 동안 교육을 거쳐 다음 주쯤 부서 배치를 받고 본격적으로 근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지난 3월 금감원은 회계사는 6명 이내, IT(정보통신) 전문가는 4명 이내를 정규직으로 채용한다는 공고를 냈다. 이후 두 차례 면접을 거쳐 5월 최종 합격자를 발표했다.

주목할 점은 금감원이 회계사를 최대 채용 예정 인원인 6명을 다 뽑았다는 점이다. 이는 IT 전문가를 절반 정도인 2명만 채용한 것과 다른 모습이다. 이번 회계사 경력 지원 요건은 한국 공인회계사(KICPA) 자격을 취득한 이후 회계법인에서 감사 업무 경력이 3년 이상인 자였다. 이들은 금감원 입사 후 5년 이상 관련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이번 경력직 채용이 업계의 이목을 끄는 이유는 금감원이 그동안 회계사 인력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금감원의 2017년 신규 직원 중 공인회계사 자격증 보유자는 33명에 달했지만 이후 2021년 10명, 2022년 7명, 2023년 6명 등 감소세를 이어갔다. 결국 2024년엔 신입 회계사가 단 1명에 불과했다. 금감원 내부에선 이 유일한 회계사를 데려가려는 경쟁이 치열했는데, 결국 새 회계 제도(IFRS17) 도입 이슈가 있었던 보험감독국으로 배치됐다.

과거 금감원은 국내 최대 회계 감독 조직으로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4대 회계법인과 함께 회계사들의 선호를 받았었다. 그러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등을 도입한 신(新)외부감사법이 2019년 본격 시행된 이후 회계법인이 공격적으로 채용을 늘리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일거리가 늘어난 회계법인이 저연차 회계사들의 연봉을 높이면서 임금 괴리가 커졌고, 금감원은 구인난에 시달리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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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좀 나아졌다. 대형 회계법인들의 실적 악화에 더해 신입 공인회계사 채용난이 겹친 덕분이다. 금감원은 이전까지 채용 공고에 없던 자격증 가산점까지 추가했다. 이에 올해 금감원이 정규 채용에서 뽑은 75명의 신입 직원 중 회계사는 12명으로 크게 늘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들 중 과반인 7명이 회계 부서로 배치됐다. 회계감독국·회계감리2국·감사인감리국은 각각 2명, 회계감리1국은 1명의 회계사를 받았다. 금감원 회계 부문은 ▲회계감독국 ▲회계감리1국 ▲회계감리2국 ▲감사인감리실까지 총 4개 부서로 이뤄져 있다.

금감원은 고려아연·영풍 경영권 분쟁, 밸류업(가치 제고) 프로그램 중 하나인 ‘주기적 지정 유예’ 운영 지원, 홈플러스 사태 등 굵직한 회계 관련 일거리가 쌓여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회계 현안이 산적해 올해 역대급 신규 채용에도 지난 3월 추가로 경력직 회계사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자격요건으로 회계법인 감사 업무 경력을 제시한 만큼, 이들 역시 대부분 회계 부서로 배치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른 당국 관계자도 “금감원과 4대 회계법인 신입 직원 연봉이 약 1000만원 정도 차이가 나다 보니 사실상 회계사 직원을 ‘모시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면서 “내부에서도 회계사 자격증이 있는 직원을 데려가기 위해 경쟁이 치열하다”고 했다.

최근 회계업계에선 당분간 업황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치솟은 회계사 인건비를 비롯한 고비용 구조가 회계법인 수익성을 압박하고, 경기 침체로 일거리마저 준 탓이다. 금융감독원의 ‘2023사업연도 회계법인 사업보고서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회계법인의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20.4% 감소한 1287억원으로 집계됐다. 4대 회계법인의 영업이익도 9.6% 줄어든 311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