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6월 13일 16시 3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롯데케미칼(011170)과 HD현대(267250)그룹이 충남 서산시의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나프타 분해 설비(NCC)를 통합 운영하기로 했다. 양측은 현재 각자 공장의 자산 가치를 놓고 협상 중인데,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다면 국내 석유화학 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시작도 못해보고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과 HD현대는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에서 가동 중인 NCC 설비를 통합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들 기업은 아직 확정된 게 없다는 입장이지만, 어떤 구조로 합칠지 어느 정도 합의가 이뤄진 상태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설비를 HD현대케미칼로 이관하고, HD현대그룹이 추가로 출자해 한 법인으로 사업을 운영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HD현대케미칼은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각각 지분 60%, 40%를 보유하고 있는 합작사다.
현재 이들 기업은 국내 대형 회계법인을 통해 양쪽이 보유한 설비와 합작사의 기업가치 등을 책정하고 있다. 이 자산가치를 얼마로 합의하느냐가 통합 성공의 관건이 될 것이란 게 업계의 관측이다. 통합 작업에 정통한 IB 업계 관계자는 “아직 초기 단계”라면서 “구조에 대해서는 컨센서스(합의)가 이뤄졌는데, 밸류에이션(가치평가) 부분은 아직 서로 조율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국내 석유화학 업계는 중국발(發) 과잉 생산 등의 영향으로 위기에 놓인 상태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구조조정 시도도 몇 차례 있었다. 하지만 어느 공장을 폐쇄할지, 공장의 몸값은 얼마나 쳐줄지 등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유의미한 결과가 도출되진 않았다.
LG화학의 경우 중동계 자본에 NCC 설비를 매각하려 했으나 협상이 난항을 겪다가 최근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LG화학은 작년부터 쿠웨이트 석유공사 자회사인 PIC에 여수NCC 2공장을 매각하기 위해 협상해 왔다.
일각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의 설비 통합이 성사된다면 이를 계기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구조조정이 본격 시작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나와야 산업계 전체의 신속한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있는데 아직 가시적인 진전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말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제고 방안’을 발표했지만 대통령 탄핵과 조기 대선의 영향으로 정책 수립을 미룬 바 있다. 당초 산업통상자원부가 올해 상반기 중 내놓을 것으로 예상됐던 지원책은 아직 나올 기미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정부 차원의 논의가 아직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며 “지원책의 그림이 나오고 산업은행이나 수출입은행 등이 증자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은 뒤에야 기업들이 움직일 수 있는데, 아직 거기까지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주요 석유화학 업체들을 회원사로 둔 한국화학산업협회는 지난 3월 산업부에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컨설팅 용역 결과를 전달했다. 보고서에서 BCG는 “동북아시아 석유화학 시장의 불황이 2030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며 빠른 구조조정을 권고했다. 대산을 비롯해 국내 주요 석유화학 단지로는 여수와 울산이 있다. 여수에는 롯데케미칼, LG화학, 여천NCS, GS칼텍스 등이 있으며 울산에는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