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가 매각을 위한 몸값 작업을 단행하는 모습이다 / 롯데카드

이 기사는 2025년 6월 9일 08시 3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롯데카드가 매각 절차를 밟고 있는 가운데, 대주주 MBK파트너스가 ‘매각 금지 상대’를 명문화해 놓은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롯데쇼핑의 경쟁사인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에는 롯데카드를 매각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이는 MBK파트너스와 2대주주 롯데쇼핑(지분율 20%)의 주주 간 계약에 명시된 내용이다. 아울러 롯데쇼핑은 MBK파트너스에 대해 태그얼롱(동반매도참여권)이 있어 MBK파트너스가 외부에 경영권을 매각할 때 자신의 지분도 같이 팔아 달라고 요구할 권한이 있지만, MBK파트너스는 롯데쇼핑 지분에 대한 드래그얼롱(동반매도요구권)이 없다. 즉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매각하더라도 롯데쇼핑은 계속 2대주주로 남아 있을 권리가 있는 것이다. 이는 롯데카드와의 사업 시너지를 높게 평가한 결정이었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롯데지주로부터 롯데카드를 인수할 당시 “향후 경영권을 신세계와 현대백화점에는 매각할 수 없다”는 내용의 주주 간 계약을 맺었다.

이 같은 계약 사항은 롯데카드와 롯데쇼핑 간 밀접한 관계에서 비롯한 것이다. 롯데카드와 롯데쇼핑의 상호 의존도는 높은 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 내 롯데카드 결제 비중은 약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런 상황에 롯데카드가 만약 롯데쇼핑 경쟁사에 인수된다면, 그 순간부터 롯데백화점 고객들의 소비 패턴 및 선호 브랜드 등 구매 관련 정보가 경쟁사로 넘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롯데백화점 입장에선 카드 프로모션 수단이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예를 들어 ‘롯데카드로 결제 시 10% 할인이나 무이자 할부 12개월’ 같은 이벤트를 진행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셈이다. 즉 롯데카드를 롯데쇼핑 경쟁사에 매각할 수 없도록 제한한 조치는 캡티브 시장 보호를 위한 전략적 방어 장치로 해석될 수 있다.

롯데쇼핑은 그 외에도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매각한 뒤에도 2대주주로 남아있을 권한을 갖고 있다. 일반적으로 드래그얼롱과 태그얼롱은 하나로 묶여서 존재한다. 또 다른 2대주주 우리은행의 경우에도 MBK파트너스와 사이에 드래그얼롱과 태그얼롱이 둘 다 존재한다. 그러나 롯데카드의 경우엔 롯데쇼핑만 태그얼롱을 갖고 있고, MBK파트너스는 드래그얼롱을 갖고 있지 않다. 다시 말하면 MBK파트너스는 제3자에 경영권을 매각하면서 롯데쇼핑 지분 20%까지 묶어서 함께 팔 권한이 없는 상황이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는 ‘내 마음에 안 드는 매각 상대에게는 지분을 안 팔고 남아있겠다’는 롯데쇼핑의 의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 입장에서는 롯데카드를 활용해 캡티브 시장을 지킴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많은 만큼, 경영권 매각 후에도 2대주주로 남는 게 유리하다.

다만 롯데쇼핑은 이번 경영권 매각 때 지분 일부를 함께 매각(태그얼롱 행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