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를 하루 앞두고 국내 증시에선 눈치 보기 장세가 나타났다. 대선 이후 경제 정책과 미·중 무역 협상, 경제 지표 등 불확실성을 염두에 둔 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2일 코스피지수는 2698.97로 장을 마쳤다. 전 거래일보다 1.3포인트(0.05%) 올랐다. 지수 종가는 보합권에 머물렀지만, 장 중에는 고점(2719.87)과 저점(2685.14)이 큰 격차를 보였다. 코스피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이 각각 1239억원, 987억원 순매수했다. 기관은 2402억원 매도 우위였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5.94포인트(0.81%) 상승한 740.29로 장을 마무리했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외국인은 1116억원어치 ‘사자’에 나서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기관은 144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1196억원을 순매도했다.
오는 3일 대선으로 국내 증시가 휴장하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숨을 골랐다. 지난달 28일부터 3거래일 연속 10조원을 웃돌았던 코스피시장 거래 대금은 이날 8조원을 밑돌았다.
업종별로 온도 차가 뚜렷했다. 미·중 무역 협상을 둘러싼 잡음이 들려오면서 관세 무풍지대로 꼽히는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의 상승률(1%)이 전체 업종 중 1위였다.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주가가 오르면서 반도체 업종도 강세였다.
반대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외국산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를 기존 25%에서 50%로 2배 높이기로 하면서 철강 업종은 약세를 보였다. 정책 수혜 업종으로 꼽혔던 금융주 역시 차익 실현에 나선 투자자가 몰리면서 낙폭이 컸다. KB금융(105560)은 주가가 4% 넘게 빠지면서 코스피시장 시가총액 순위 5위 자리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에 내줬다. 신한지주(055550), 하나금융지주(086790), 우리금융지주(316140) 등도 주가가 하락했다.
대선 결과에 따라 당분간 업종별 차별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증권사들은 단기 과열 업종보다 저평가 업종이 유리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또 새 정부가 미국과 관세 협상을 본격화하고, 정치권에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위한 논의에 돌입하는 만큼 변동성도 유의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경제 지표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외국인 수급과 연관성이 큰 미국 공급관리협회(ISM)의 5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이날 오후 11시(한국 시각) 나온다. 시장 전망치는 49.3으로 전달보다
ISM은 매달 400여 기업의 구매·공급 관리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뒤 제조업 PMI를 발표한다. 제조업 PMI가 기준인 50보다 낮으면 업황 위축을, 높으면 확장을 뜻한다. 미국 제조 기업의 업황이 확장 국면일 때 투자가 늘어나는 것과 맞물려 한국 수출도 성장세를 나타내는 만큼 제조업 PMI가 기대치를 웃돌면 외국인의 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입도 주목해야 한다. 그는 3일 오전 2시(한국 시각) 연준 국제금융국 75주년 기념 연설에 나선다. 파월 의장이 지난달 29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나 객관적 지표와 자체 판단에 따라 기준금리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해, 이날 연설에서도 비슷한 발언이 나올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다만 시장에선 파월 의장이 사의를 표명할 것이란 확인되지 않은 ‘지라시(정보지)’가 돌기도 했다.
임정은 KB증권 연구원은 “미국 제조업·서비스업 지표, 비농업 고용보고서 등 이번 주 잇따라 나오는 경제 지표 결과에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영향이 반영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파월 의장을 비롯해 시장 영향력이 큰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의 연설 등이 예정돼 있어 경계감이 부각될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