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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 5월 29일 16시 5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인수합병(M&A)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로 꼽히는 자문사 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특히 미들캡 시장을 중심으로 이른바 간보기성 매물이 늘어나면서 ‘제 살 깎아 먹기’ 방식의 공격적인 영업이 이뤄지는 모양새다. 여러 곳에 뿌려지는 자문 제안을 확보하기 위해 최근에는 고정 수수료를 포기하는 곳도 생기는 추세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자문사 간 덤핑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딜 과정에서 진행되는 기업 실사에 대한 비용을 인센티브 형식의 성공 보수로 대체하는 곳이 늘어나고 있다. 매도자를 자문하는 바이 사이드(Bye-Side)는 원매자 태핑부터 주식매매계약(SPA) 체결까지 한 데 묶어 보수 계약을 맺는 게 이례적인 건 아니지만, 셀 사이드(Sell-Side)에서도 기존에 고정적으로 받던 착수금 등의 고정 수수료를 포기하는 방식의 영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계법인, 증권사, 외국계 투자은행 등 자문 채널이 다양해지면서 자문 비용을 낮추는 데 이어 단계별로 지급받던 고정 수수료도 없애는 모습이다. 특히 착수금(Upfront fee), 월정보수(Retainer fee), 부대비용(Out-of-Pocket) 등을 포기하는 자문사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당초 매도자와 매수자는 자문사에 실사보고서 제출, 주식매매계약 체결, 거래 종료일 등 단계별로 수수료를 지급했다.

자문사 간 경쟁 심화가 이런 현상에 일조하고 있다. 특히 대형 회계법인과 외국계 증권사 등에서 근무하던 전문가들이 딜 전문 부티크 펌을 차리는 등 중소형 자문사가 늘면서 곳곳에서 출혈 경쟁이 벌어지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법률 자문을 진행하던 로펌들도 회계법인 등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며 재무 자문 영역에 발을 들이고 있다. 중소형사들의 약진으로 수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면서 대형사들조차 자문 비용을 낮추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 시장이 침체되면서 자문 비용을 낮추는 걸 넘어 성공보수제로 전환하는 자문사들이 등장하고 있다”며 “매도자나 매수자 측에서도 소위 ‘줄일 수 있는 비용’이라는 인식 때문에 착수금과 실사 비용 등 부대 비용이 없는 펌 위주로 자문사를 찾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최근 시장에서 이른바 간보기성 매물이 늘어난 것도 자문 계약의 변화를 불러오는 이유 중 하나다. 자문사가 늘어나면서 매도자는 한 곳에 권한을 주기보다 인수자를 데려오면 자문 계약을 맺어 주는 ‘조건부 자문 구조’를 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자문사들은 최대한 다양한 원매자를 확보하기 위해 실사 비용 등을 없애주는 파격적인 혜택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의 한 부티크 펌 관계자는 “매도자들이 정식 자문 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에서 원하는 가격대로 매물을 인수할 매수자를 찾아오도록 하는 소프트 태핑 방식의 접근을 선호하고 있다”며 “자문사 입장에서는 일단 최대한 다양한 분야에서 원매자를 찾는 게 중요한 만큼 줄일 수 있는 수수료는 줄이고, 성공보수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부터 이 같은 출혈 경쟁이 다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드라이파우더가 쌓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중 올해부터 딜을 추진해야 하는 곳이 다수인 데다, 6월 대선 등 정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면 본격적으로 거래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로컬 회계법인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씨를 뿌리는 단계라고 생각하고 다소 손해를 감수하면서 매도자와 매수자 측의 제안을 수용하고 있다”며 “성공보수제로 전환한 계약을 당장 바꿀 수는 없겠지만, 하반기부터 딜 클로징까지 가는 거래가 늘어나면 오히려 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