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20선을 넘어서며 연중 신고가를 썼던 코스피지수는 30일 하락 마감했다. 외국인과 국내 기관의 차익 실현 쌍끌이 매도세를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미국 발 관세 불안까지 재점화하며 외국인이 하루 동안 6900억원 넘는 물량을 쏟아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2.97포인트(0.84%) 내린 2697.67로 마감했다. 전장보다 7.40포인트(0.27%) 내린 2713.24로 출발해 하락 폭을 키웠다. 장중 최고치는 2717.54에 그쳤고, 2689.8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를 중심으로 차익 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코스피가 지난 28과 29일 이틀 동안 83포인트(3.16%) 넘게 오르며 단기 급등한 영향이 컸다. 특히 전날 종가 2720.64는 종가 기준 작년 8월 1일(2777.68) 이후 9개월 만에 최고치였다.
외국인과 기관이 앞서 2일 연속 현물 동반 순매수 후 순매도로 전환했다. 외국인은 이날 하루 동안에만 695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440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하락폭을 키웠다. 개인은 홀로 72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효력이 되살아난 점도 악재가 됐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연방국제통상법원의 상호 관세 무효 판결에 불복해 제출한 ‘효력 정지’ 요청이 인용되면서다. 미국 연방항소법원 항소심 동안 관세 효력 복원을 판결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행정부가 여러 수단을 가지고 상대 국가를 압박하고 협상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불확실성이 등장할 수 있다”며 “시장은 미국발 관세전쟁에서 비롯한 변동성을 몇 차례 더 마주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은 대체로 하락했다. 반도체주인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등락은 엇갈렸지만, 이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LG에너지솔루션(373220), 방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012450)가 모두 하락으로 마감했다.
자동차주도 일제히 하락으로 마감했다. 기아(000270) 주가는 4% 넘게 내렸고, 현대차(005380) 주가도 3% 가까이 하락했다. 전날 관세 피해 해소 기대감이 번지며 상승 마감한 것과 대조된다. 현대모비스(012330) 주가 역시 3.80% 하락으로 마감했다.
대선 관련주들이 급등했다. 특히 정치권에서의 증시 부양 강조 힘입어 국내 증시 대표 저평가 종목으로 꼽혔던 지주사들의 주가가 일제히 상승했다. HS효성(487570) 주가는 이날 11% 넘게 올랐다. 이외에 재생에너지 관련주도 강세를 보였다.
이재원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다음 주 신정부 출범이라는 빅 이벤트가 대기 중”이라면서 “유력 대선 주자들이 모두 자본시장 제도 관련 정책을 꺼내 들면서 지주회사 주가가 더 높게 형성되는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코스닥지수도 하락 마감했다. 전장보다 1.94포인트(0.26%) 내린 734.35를 기록했다. 코스피에서와 마찬가지로 외국인이 ‘팔자’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126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도 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만 1301억원 순매수했다.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 기업들의 주가는 혼조세로 마감했다. 에코프로비엠(247540), 에코프로(086520) 등 이차전지주와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주가는 내렸지만, 기준금리 인하에 힘입어 바이오주 주가는 대체로 상승했다. 에이비엘바이오(298380) 주가는 3% 넘게 올랐다.
한편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은 정규장 종가 기준 전 거래일 대비 8.50원(0.62%) 오른 1379.60원으로 마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이 커지자, 위험 선호 심리가 위축된 게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