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카트라나 가스복합화력발전소에서 한전 직원들이 작업 공정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조선DB

이 기사는 2025년 5월 27일 16시 5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한국전력(015760)공사가 200조원이 넘는 부채 감축의 일환으로 요르단 발전소 지분 매각을 추진한다. 작년 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된 인수전이 유찰되면서 이번에는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이 가능한 상황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전은 요르단 발전소 소수지분 매각을 위해 국내 증권사와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자문사 선정 작업에 나섰다. 최근 3년 동안 국내외 발전소 인수합병(M&A) 자문 수행 실적이 있는 곳으로 참가 제한을 뒀다. 이는 기존 매각 자문사인 삼정KPMG와 계약 기간이 종료된 데 따른 것이다.

요르단 알카트라나 발전소는 373㎿ 규모의 가스복합시설로 한전이 지분 80%를 보유 중이다. 나머지 20%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넬이 갖고 있다. 당시 투자비는 총 4억6100만달러로, 2011년부터 가동 중이다. 한전과 제넬은 바레인에 소재한 지주사인 알카트라나 홀드코를 통해 알카트라나 가스복합 발전소를 지배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한전이 가지고 있는 지분 80% 중 29%다.

유력 원매자로는 한국전력의 자회사인 한전KPS(051600)가 거론된다. 앞서 한전KPS는 작년 요르단 발전소 지분 인수 자문사로 안진회계법인을 선정하고 현지 실사에 돌입한 바 있다. 한전KPS는 올해 1분기 기준 현금 및 현금성 자산만 1326억원 보유 중이다. 당장 현금화가 가능한 매출채권 등을 포함하면 전체 유동자산은 1조원을 넘어 인수 자금은 충분한 것으로 판단된다.

한전도 매각 자문사 선정을 위한 입찰 제안 요청서(RFP)에 이와 관련한 힌트를 남겨둔 것으로 확인된다. 한전은 제안서에 포함해야 할 내용 중 하나로 ‘특수관계자 간 거래 시의 적정 거래 가격 산정 방안’을 요청했다. 해당 문구는 자문사에 요구한 사항 중 유일하게 볼드체로 적혀 있다.

한전이 기업가치 산정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한전KPS 등 자회사의 인수 가능성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번 매각 방식이 경쟁 입찰에서 수의 계약으로 전환되면서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는 게 가장 중요한 상황이다. 복수의 원매자가 참여해 가격을 두고 협상을 진행하는 경쟁 입찰과 다르게 수의 계약은 경쟁 없이 특정인과 거래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계열사 간 거래로 이뤄지는 만큼 밸류에이션 측정에 실패할 경우 법적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다. 요르단 발전소 지분이 너무 비싼 값에 거래되면 한전KPS가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싸게 팔린다면 한전 측의 배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한전과 한전KPS가 모두 상장사인 만큼 비합리적인 가격에 매각이 이뤄진다면 주주들의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작년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 무산된 후 계열사인 효성티앤씨가 경영권 인수를 검토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한 부분이 적정 가치 산정”이라며 “한쪽에 기울어진 거래가 진행되면 경영진 배임은 물론 공정거래법상 부당지원 이슈도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