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5월 26일 10시 5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국내 신약 개발기업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288330)가 외부 자금을 유치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매각한다. 핵심 파이프라인인 폐 섬유증 치료제 ‘BBT-877’의 글로벌 2상 임상 시험에 실패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된 것으로 추정된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한 투자사로부터 수백억원 규모의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이다. 기존 최대주주 지분을 매각하지는 않고 제3자 배정 유상증자 구조로 자금을 수혈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신주를 발행해 외부 자금을 회사로 유입하는 식으로 자본을 늘려 상장 폐지 위기에서 벗어나려는 목적이다.

코스닥 인수합병(M&A)을 주로 하는 한 관계자는 “브릿지바이오 최대주주가 경영권 매각을 추진하는 것은 맞는다”면서 “아직 상장한지 오래되지 않아 잠재 부실이 없을 것이고,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을 받아 당장은 상장 유지 매출 요건이 없다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다만 수혈해야 하는 자금 규모가 예상보다 커질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돈을 버는 사업을 다시 붙여야 한다는 점이 부담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브릿지바이오가 경영권 매각에 나선 이유는 신약 후보물질의 임상시험 실패로 상장 폐지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앞서 지난 3월 브릿지바이오는 최근 3년간 자기자본 대비 법인세비용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이 2회 이상 50%를 초과함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내년 3월 말까지 법차손 비율 요건을 해소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여부를 다루는 상장 적격성 실질 심사 대상이 된다.

브릿지바이오는 당초 특발성 폐섬유증 신약 후보 물질 BBT-877을 기술이전해 상장폐지 사유를 해소할 계획이었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가 단단하게 굳고, 심할 경우 사망에 이르는 희소 질환이다. 브릿지바이오는 리가켐바이오(옛 레고켐바이오)로부터 BBT-877을 도입한 뒤 2019년 독일 제약사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4600억원 규모로 기술을 이전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듬해 잠재적 독성 문제로 베링거인겔하임이 권리를 반환했고, 이후 브릿지바이오는 자체 개발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지난달 14일 BBT-877의 임상 2상에서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오면서 위기에 빠졌다. BBT-877의 유효성을 확보하지 못하며 기술이전을 통한 자금 확보가 어려워진 것이다. 신약 개발 기대감으로 1만원을 넘보던 브릿지바이오의 주가는 임상 실패 공시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며 700원대 수준으로 추락했다.

이정규 브릿지바이오 대표는 지난달 21일 홈페이지에 낸 입장문을 통해 “경영권에 연연하지 않고 전략적 제휴 및 재무적 투자 유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며 “연내 상장 유지를 충족할 규모의 자본 조달을 달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