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선 BYN블랙야크그룹 회장(오른쪽)과 강준석 BYN블랙야크그룹 사장. /BYN블랙야크그룹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5월 15일 17시 2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블랙야크아이앤씨(478560)(I&C)가 자회사를 통해 추진하는 소화설비 제조·판매 업체 한주케미칼 인수를 이달 마무리한다. 회사 측은 사업 영역 확대 목적이라고 하는데, 시장에선 BYN블랙야크그룹 오너 2세의 승계 작업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한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블랙야크I&C의 종속회사 에스티베타제일차는 오는 29일 잔금을 납입, 총 741억원 규모의 한주케미칼 인수 작업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에스티베타는 한주케미칼을 인수하기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블랙야크I&C는 지난 3월부터 에스티베타에 꾸준히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지난 14일엔 에스티베타에 대해 48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사실상 블랙야크I&C가 한주케미칼을 인수하는 셈이다.

블랙야크I&C 측은 한주케미칼을 인수하는 이유로 기존에 영위하고 있는 산업 안전용품 사업의 확대를 제시했다. 2013년 설립된 블랙야크I&C는 산업용 안전화나 안전복, 산업 안전용품을 제조·판매하는 회사다. 창업주인 강태선 BYN블랙야크 회장의 장남 강준석 사장(65%)과 차녀인 강영순씨(28%)가 대부분의 지분을 보유한 오너 소유 회사다. ‘블랙야크’라는 사명을 사용하고 BYN블랙야크로부터 지원을 받지만 지분 관계는 없다.

시장에선 본질적인 인수 배경으로 승계를 꼽고 있다. 한주케미칼은 2011년 설립된 소화설비 및 소화기 제조·판매 업체다. 지난해 말 기준 최대 주주는 한창으로, 지분 50.04%를 보유하고 있다. 산업 안전용품과 소화설비는 큰 틀에서 공통점은 있지만,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 또 한주케미칼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61억원, 70억원 규모의 2년 연속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몸값에 비해 기업 가치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영업이익은 꾸준히 나고 있다. 받아야 할 돈을 떼일 것에 대비해 반영하는 대손충당금이 140억원(2024년), 93억원(2023년)으로 순손실이 났을 뿐 영업 구조는 양호하다.

1월 2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블랙야크아이앤씨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서 상장기념패 전달 후 김대영 한국IR협의회 부회장(왼쪽부터), 민경욱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장, 김태효 블랙야크아이앤씨 대표이사, 강준석 비와이엔블랙야크 사장, 강성범 미래에셋증권 부사장, 강왕락 코스닥협회 부회장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제공

BYN블랙야크그룹은 승계에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BYN블랙야크의 오너 2세 승계 작업은 올해 1월 블랙야크I&C 코스닥 시장 상장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1949년생 강태선 회장의 나이는 올해 76세로, 보통 가업 승계에 10~20년은 걸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늦게 작업을 시작했다는 평이다. 강준석 사장은 1981년생으로, 2009년 블랙야크에 입사했다.

블랙야크I&C가 직접 상장이 아닌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을 선택한 것도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른바 ‘급매’로 나온 한주케미칼이 인수하기에 적절한 대상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창은 2023년부터 한주케미칼 매각을 추진해 왔다. 당시 560억원에 나반홀딩스라는 유한회사가 인수하기로 했지만, 자금 납입이 이뤄지지 않아 계약이 무산됐다. 외부감사인은 이 과정에서 불명확성을 이유로 지난해 감사보고서에 의견 거절을 표했다. 상장폐지를 피하기 위해선 최대한 빨리 한주케미칼을 매각해야 했고, 단기간 내 몸집을 키워야 했던 블랙야크I&C 측과 이해관계가 맞았던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비상장사라 정확한 가치평가는 어렵지만 강태선 회장이 가진 BYN블랙야크 지분은 적어도 1000억원 규모로, 주식을 단순 증여·상속하기 어렵다”면서 “블랙야크I&C 규모가 커지면 합병을 통해 수직계열화를 시키는 방안이 유력한데, 강준석 사장의 1년 6개월 주식 의무 보유가 풀리는 시점에 지분 매각 등 움직임이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고 했다.

블랙야크I&C 관계자는 한주케미칼 인수 배경과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인수가 마무리되면 기관 투자자 등을 초청해 IR(기업 설명회)을 열고 구체적으로 설명할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