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5월 8일 16시 4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최근 국내 기업들이 미국 나스닥 시장 상장을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사례가 늘면서 주요 회계법인들도 해외 기업공개(IPO) 감사·자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8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국내 ‘빅 4′ 회계법인들은 미국 IPO 추진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국내 기업의 상장을 돕는 전담 조직을 잇달아 키우고 있다. 미국 증시에 특화한 ‘US IPO TF팀’을 운영하는 삼정KPMG는 파트너 인력을 출범 초기 5~6명에서 최근 20여명으로 늘렸다. 파트너는 소속 회계법인 지분을 보유한 임원들로 법인의 주요 의사결정에 참여한다. 그만큼 팀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는 의미다. 삼정은 쿠팡, 웹툰 엔터테인먼트(네이버웹툰의 모회사) 등의 미국 상장 과정을 맡았다.
딜로이트 안진은 지난달 말 국내 기업의 미국 증시 상장을 포함한 해외 상장 수요 증가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관련 자문서비스를 ‘글로벌 IPO 전담팀’으로 확대했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목표로 하는 기업들을 위한 자문 역량을 집중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회계감사부문 소속 하성호 파트너를 리더로 해 회계·세무·재무자문 전문 파트너 7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만들었다.
삼일PwC는 가장 먼저 미국상장기업 감사지원센터를 설립해 미국 증시에 상장한 기업에 체계적 감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지난해 7월 기존 해외상장 서비스팀을 개편해 해외 IPO 전담팀을 신설했다. 이 팀은 파트너 7명을 비롯해 총 90여명의 전문가로 구성돼 있다. EY한영도 해외 상장 준비기업의 감사와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IPO팀’을 운영하고 있다. 박정익 감사부문 마켓본부장을 리더로, 파트너 20명을 포함한 150여명으로 꾸려졌다.
이들 회계법인이 미국 등 해외 IPO를 돕는 조직을 만드는 배경은 정기적으로 내는 리포트에서 찾아볼 수 있다. EY한영이 지난달 22일 발간한 리포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미주 지역 IPO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51% 늘어난 62건을 기록했고, 자금조달 규모는 89억달러에 달했다. 미국에 상장한 기업 중 58%가 미국이 아닌 다른 나라 기업이었다. 같은 기간 한국에선 IPO가 23건 이뤄졌다. 조달 금액은 ‘대어’ LG CNS에 힘입어 12억6500달러를 기록했다.
강상현 삼정KPMG US IPO 자문팀 리더는 “미국 자본시장은 외국 기업에 개방적일 뿐만 아니라, 상장 이후 추가 자금 조달과 기업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유리하다”며 “미래 성장성을 중시하는 미국 IPO 시장의 특성상 기술 기반의 성장형 기업에 더욱 적합한 환경이 마련돼 있다”고 했다.
삼정이 지난달 낸 리포트에 따르면 S&P500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4.8배로, 한국(0.92배)이나 일본(1.41배)보다 높았다. PBR 2배 이상인 기업 비중은 미국이 77%로 한국(30%), 일본(23%) 대비 2배 이상 수준이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 증시에 상장한 국내 기업 56곳 가운데 절반가량인 25곳이 미국에 상장했다.
미국에 상장하는 방식은 크게 세 가지다. 예탁증서를 활용해 간접 상장하는 ADR(미국주식예탁증서), 직상장(IPO), 기업인수목적회사와의 합병을 통한 스팩(SPAC) 상장이다. 미국 증시에 상장한 25곳 가운데 ADR 방식은 15곳, 직상장은 8곳, 스팩 합병은 2곳 등이었다. 대표적으로 포스코, 한국전력, SK텔레콤 등은 ADR 방식을, 쿠팡과 웹툰 엔터테인먼트 등은 직상장을 택했다.
그러나 지난해까지 미국에 상장한 국내 기업 25개사 중 15곳(60%)만이 상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자본시장이 엄격한 규제 요건과 상장 유지 기준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국내 상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회계기준 전환, 재무제표 감사 등 복잡한 미국 상장 기준을 충족하기 위해 회계법인을 찾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