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4월 30일 17시 08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SJ벤처인베스트먼트, 솔본인베스트먼트, 아시아창업투자 등이 한국벤처캐피탈협회(이하 VC협회) 회원사 명단에서 제외됐다. 이들 벤처캐피탈(VC)은 벤처투자 시장 위축 속 신규 벤처펀드 조성에 실패하며 협회비조차 내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30일 VC업계에 따르면 VC협회는 최근 SJ벤처인베스트먼트, 솔본인베스트먼트, 아시아창업투자 등 3곳 VC를 회원사 명단에서 제명했다. VC협회는 앞서 올해 초 이사회에서 이들 3곳 VC 회원사 제명 안건을 의결하고 총회를 거쳐 최종 제명 결론을 냈다.
VC협회가 협회 회원사를 직접 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VC협회는 VC 산업과 관련된 제도 및 경영환경 개선을 목표로 VC들이 모여 설립한 사단법인으로, 1989년 설립 후 현재까지 ‘탈회’, ‘폐업’, ‘자격말소’에 따른 회원사 명단 조정만 진행했다.
회비 체납이 사상 첫 제명 조치로 이어졌다. VC협회는 2년 이상 회비를 체납한 회원에 대해 총회 의결을 거쳐 제명할 수 있다는 규정을 뒀는데, 솔본인베스트먼트의 경우 지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넘게 회비를 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솔본의 경우 자금난 때문이라기보다 납부 의사가 없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SJ벤처인베스트먼트와 아시아창업투자는 경영 실적 악화로 2년 넘게 회비를 내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VC협회는 추후 협회비 납부를 확약하면 체납 회비 전액을 감면해 주겠다는 안을 제시하기도 했지만, 3사 모두 받아들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VC협회서 제명된 VC 3사는 현재 협회비 납부 확약도 쉽지 않은 상황에 부닥쳐 있다. 고금리·경기침체에 따른 벤처투자 시장 혹한기가 이어지면서 신규 벤처펀드 결성에 잇따라 실패했기 때문이다. VC들의 주 수익원인 펀드 관리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
솔본인베스트먼트와 아시아벤처투자는 운용 중인 벤처펀드가 아예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SJ벤처인베스트가 2018년 조성한 29억원 규모 프로젝트펀드를 운용 중이다. 다만 이조차 지난 4월 15일이 만기로 관리보수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
추후 신규 벤처펀드 조성을 할 수 있을 가능성도 크지 않다. 신규 벤처펀드 조성을 위해선 최근 투자 성과 지표 제시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상장 등 회수 시장 위축 등으로 성과 지표를 갖춘 대형 VC로만 자금이 쏠리는 경향이 심화했다.
시장에선 VC협회의 회원사 제명이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주요 출자자인 금융권과 민간기업들이 벤처투자를 축소, 지난해 신규 벤처펀드 결성에 성공한 국내 VC 수가 전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실제 벤처투자회사 전자공시(DIVA)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벤처펀드를 결성해 등록한 VC는 120개로 전체 249개의 48.2%에 그쳤다. VC 두 곳 중 한 곳 미만이 신규 벤처펀드를 결성했다는 의미로 결성 비율이 50% 밑으로 떨어진 건 2020년 이후 처음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본잠식 VC에 내려지는 중소벤처기업부의 행정조치도 늘고 있다. 자본잠식률 50% 이상 VC는 중기부 장관에게 자본금 증액, 이익 배당 제한 등 경영개선 요구를 받게 되는데, 지난해 11곳이 경영개선 요구를 받았다. 2023년엔 8곳이었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소형 VC들은 거의 펀드 조성을 하지 못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소형 VC가 자금 부족으로 투자 기회를 놓치거나 아예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일이 반복되면 장기적으로는 벤처 생태계의 다양성과 혁신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