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글로벌로지스의 롯데 택배. /롯데글로벌로지스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4월 28일 17시 5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오는 5월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앞둔 가운데 시장에선 회사 측이 자진해서 낮춘 몸값을 시장 참여자들이 받아들일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공모는 흥행에 불리한 요소를 다수 갖추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의 엑시트(자금 회수) 목적이 강한 데다가, 이미 모회사가 상장사라는 점에서 중복상장 논란에서 벗어날 수 없다. 롯데쇼핑(023530), 롯데렌탈(현재는 매각), 롯데이노베이션 등 상장 계열사도 공모 당시 주가가 부진했던 전례가 있어 투심을 약화시키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지난 24일부터 오는 30일까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 중이다. 다음 달 12~13일엔 일반 청약을 진행한다. 삼성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대표 주관사이며 KB증권이 공동주관사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2019년 3월 롯데로지스틱스와 롯데글로벌로지스(옛 현대로지스틱스)가 합병해 설립됐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희망 공모가 밴드를 1만1500~1만3500원으로 제시했으며,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4789억~5622억원이다. 공모 예정 금액은 밴드 상단 기준 2017억원으로, 신주 모집과 구주 매출이 각 50%씩이다. 회사 측은 이번 공모로 모은 자금을 택배 인프라 확충과 스마트 물류 시스템 고도화 등에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는 IPO 기자간담회에서 “상장 이후에도 자본시장에서 최고의 성장주로 자리매김하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시장에선 상장 이후를 걱정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회사 측이 LG CNS 등 상장 이후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새내기주(株)의 뒤를 밟지 않기 위해 여러 결단을 내렸지만, 어쩔 수 없이 비슷한 점이 보이기 때문이다.

강병구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가 21일 기업설명회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의 사업 전략과 비전을 설명하고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제공

우선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총 공모주식 가운데 절반이 구주매출이다. FI인 사모펀드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PE)가 설립한 유한회사 엘엘에이치(LLH)가 보유주식 전량인 747만2161주(21.9%)를 구주 매출한다. 구주매출은 회사로 자금이 유입되지 않아 IPO 흥행의 걸림돌로 지적된다. 주요주주가 상장 전에 주식을 팔아버린다는 점도 투자 심리에 부정적이다. LG CNS 역시 공모 구조가 신주, 구주 각 50%로 이뤄졌고, 구주매출엔 지분 35%를 보유한 맥쿼리PE가 참여했다.

LG CNS와 닮은 점 또 하나는 공모 시장이나 업황이 좋지 않음에도 FI의 엑시트를 위해 상장을 추진한다는 점이다. 당초 시장에선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기업가치가 1조원을 웃돌 것이란 예상이 나왔었다. FI인 에이치프라이빗에쿼티가 설립한 유한회사 엘엘에이치(LLH)가 2017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2860억원을 투자했을 때 맺은 주식매도청구권(풋옵션) 계약 때문이다.

LLH는 투자 조건으로 특정 기한까지 IPO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롯데지주가 신주 발행가액(3만8088원)에 연 복리 3%를 더해 주식을 다시 사야 하는 풋옵션을 보호 장치로 뒀다. 하지만 좋지 않은 시장 상황으로 두 차례 상장을 미루면서 LLH의 주당 풋옵션 행사 가격은 주당 5만720원 수준이 됐다. 이는 밴드 하단인 1만1500원 기준으로, 차액이 약 2931억원에 달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가 이번 신주 모집으로 조달하는 금액 약 848억원의 3배가 넘는 수준이다. 물론 예정대로 5월 상장에 성공했을 때를 가정해 산정된 금액이다. 일정이 밀리면 추가 금액이 붙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몸값을 낮춰 FI에 3000억원가량을 물어주는 대신에 상장 완주에 초점을 맞췄다. 이 방법이 비용 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회사 측은 비현금성 비용인 감가상각 비중이 높은 물류업 특성상 EV/EBITDA(시장가치에서 삼가상각전영업이익을 나눈값) 평가법을 활용했다. CJ대한통운(000120)한진(002320)을 피어그룹(비교그룹)으로 선정했고, 12~25%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EV/EBITDA로 산정한 주당 평가액 1만5263원에서 공모가액은 1763~3763원 낮아졌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일각에선 그럼에도 몸값이 고평가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택배업계는 독보적인 1위 CJ대한통운을 빼고 롯데글로벌로지스와 한진이 2·3위를 놓고 경쟁하고 있다. 지난해 롯데글로벌로지스의 매출은 3조5733억원으로 한진(3조155억원)보다 5000억원가량 많지만, 영업이익은 902억원으로 한진(1001억원)보다 100억원가량 적다. 이런 한진의 시가총액은 2800억원 수준이다. 공모가 하단으로 가격이 정해져도 한진 시총을 2배 가까이 웃도는 것이다.

또 비상장 주식을 거래할 수 있는 한국장외주식시장(K-OTC)에서 롯데글로벌로지스는 희망 공모가와 큰 차이가 없는 1만5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그만큼 기존 주주들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지 않단 얘기다.

롯데글로벌로지스에 앞서 상장한 같은 롯데그룹 계열사들의 주가가 모두 부진한 점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롯데렌탈의 경우 2021년 8월 상장 당시 시가총액(공모가 5만 9000원)을 높게 잡았으나 공모 흥행에 실패하며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롯데쇼핑(023530)(40만원), 롯데이노베이트(286940)(옛 롯데정보통신·2만9800원) 등도 상장 이후 공모가를 크게 밑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