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4월 24일 16시 37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DB손해보험이 최근 다올투자증권 2대주주로 깜짝 등극하면서 DB측 진의를 놓고 시장의 추측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DB손해보험이 2대주주에 만족하지 않고 적대적 M&A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으나, DB손해보험은 이병철 다올투자증권 회장의 우호 주주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현재로서는 백기사 지분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DB손해보험은 지난 21일 다올투자증권 주식 592만3990주를 신규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보유 목적은 일반 투자로, 지분율은 9.73%가량이다. 해당 지분은 원래 김기수 프레스토투자자문 대표 측이 보유하던 것이다. 이를 DB손해보험이 블록딜 형태로 취득해 새로운 2대주주가 된 상황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가격이다. 시간외매매가 이뤄진 날은 4월 17일로, 당일 종가는 3665원이었다. 그러나 양측의 매매 가격은 이보다 높은 3900원이다. 일반적으로 블록딜로 팔 때는 현재가보다 할인하는데, 오히려 프리미엄을 지급한 것을 보면 DB 측이 경영권에 욕심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앞서 블록딜로 티웨이항공 2대주주에 올랐던 대명소노그룹도 프리미엄을 지급하고 지분을 샀는데, 당시에는 부인했지만 결국 경영권에 욕심이 있었단 사실이 드러났다.
DB손해보험은 ‘일반 투자’ 목적이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이미 증권사(DB증권)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대형 손보사가 또 다른 증권사 지분을 무려 10%에 가까운 수준으로 사들인 데는 또 다른 전략적 의도가 있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게다가 지분 보유 목적을 ‘일반 투자’라고 공시했는데, 일반 투자는 말 그대로의 일반 투자가 아니다. 일반 투자는 단순 투자와 달리 상법상 주주제안, 임원 선임 요구, 배당 확대 요구 등을 할 권리가 있다. 실제로 행동주의 펀드들은 초기에 일반 투자 목적으로 지분을 산 뒤 경영권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많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DB손해보험이 향후 적대적 M&A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병철 회장 지분율이 24.98%로 아직 안정적이라고 볼 순 없는 데다, DB손해보험 입장에선 증권사를 추가로 인수하면 이자 수익 확대 및 자산운용 역량 강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로선 DB손해보험을 이 회장의 백기사로 보는 게 맞다고 증권 업계 관계자들은 해석한다. 이 회장과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은 고려대 동문이며 실제로 서로 교류하는 관계로 알려졌다. 이번 DB손해보험의 다올투자증권 지분 인수 역시 두 사람의 사전 소통 이후에 이뤄졌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려면 금산법에 따라서 금융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DB손해보험이 번거롭게 그렇게까지 하면서 적대적 M&A에 나설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다올투자증권에 자금이 필요할 때 상호 합의하에 돈을 투입해 지분을 더 취득할 가능성은 있지만, 그건 지금으로선 먼 얘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DB손해보험은 향후 다올투자증권 지분을 50% 미만으로 보유하더라도 자회사로 편입할 수가 있다. 금융지주회사법은 금융지주사의 자회사가 손자회사를 지배하려면 지분을 50% 이상 직접 소유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DB금융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상태여서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