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4월 24일 15시 3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2조원 규모의 SK에코플랜트 환경 자회사 매각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국내 PEF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의 2파전 양상으로 흐르는 가운데, KKR이 ‘악셀그룹 사태’로 국내 금융기관에 신뢰를 잃은 점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에코플랜트의 대주주인 SK(주)가 최근 진행한 SK에코플랜트 예비입찰에 KKR과 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가 참여한 것으로 파악된다. 추가 응찰을 받을 여지는 있지만, 아직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는 운용사는 없는 상황이다.
매각 대상은 환경관리 자회사 리뉴어스(옛 환경시설관리) 지분 75%와 리뉴원(옛 대원그린에너지) 지분 100%다. 두 회사 자본이 약 7200억원이고,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이 12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매각가는 약 2조원으로 추정된다.
KKR은 스틱보다 높은 가격을 써낸 것으로 전해진다. 인프라 펀드를 활용할 경우 바이아웃 펀드(경영권 거래)보다 목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가능했던 판단으로 보인다.
다만 지난해 말 악셀그룹 사태 여파로 국내 주요 금융기관들이 KKR과 협업에 소극적으로 나설 수 있다는 점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신한투자증권 등 국내 금융기관은 2022년 KKR이 진행한 유럽 자전거 제조업체 악셀그룹 인수에 인수금융 대주단으로 참여했다. 약 20억유로(2조7500억원) 규모의 인수금융 가운데 2000억원가량이 국내에서 조달됐다.
문제는 인수 1년 만에 악셀그룹 실적이 악화하면서, KKR이 인수금융 대주단 측에 기존 대출액을 탕감해 달라고 요구하면서 발생했다. KKR은 당초 채무를 70% 탕감해달라고 요구해 대주단과 갈등을 빚었지만, 협의 끝에 탕감 비율 40%로 합의점을 찾았다.
KKR의 급작스럽고 이례적인 요구에 국내 금융기관의 KKR에 대한 신뢰도가 크게 낮아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KKR은 지난해 말 우정사업본부가 실시한 해외인프라 위탁 운용사 출자 사업에서 탈락하기도 했다.
IB 업계 한 관계자는 “출자자(LP)들 입장에서 비슷한 수익률을 내주는 해외 운용사가 많은 상황”이라며 “굳이 한 차례 신뢰를 잃었던 KKR에 출자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IB 업계 관계자는 “악셀그룹 사태 이후로 은행권 등 금융기관들의 KKR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KKR이 다시 인수금융을 시도해도 좋은 반응을 끌어내기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