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쉴더스 제공

이 기사는 2025년 4월 20일 11시 21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EQT파트너스가 SK쉴더스의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차환)을 추진 중이다. 오는 9월까지 완료하면 돼 시간은 넉넉하지만, 규모가 무려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돼 선제적으로 자금 조달에 나선 상황이다.

금액이 워낙 커서 벌써부터 기관들 간 물밑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금 모집이 순탄하게 완료될지 알 수 없다는 회의적 반응도 적지 않다. EQT가 SK쉴더스 경영권을 인수했을 때부터 이미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회사 실적이 그 당시와 비교해 나아지지 않은 만큼 리파이낸싱에 들어갈 만한 유인이 별로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SK쉴더스 대주주인 EQT는 인수금융 리파이낸싱을 위해 국내 기관들과 접촉하고 있다. ​

앞서 지난 2023년 EQT는 SK쉴더스 경영권 지분 68%를 인수했다. 당시 SK쉴더스는 5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는데, 이는 2022년 상장을 추진할 때 회사 측이 제시했던 몸값(공모가 밴드 상단 기준 3조5000억원)을 크게 웃돌아 화제가 됐다. 업계 1위 에스원(012750)의 시가총액이 2조원대에 그친다는 점도 덩달아 주목을 받았다.

2년 전 인수금융 규모는 2조3500억원이었다. KB증권이 단독 주선을 맡았다. 당시 금리는 연 7%대 중후반으로, 만기는 5년이었다. 이자 비용으로만 연간 1700억원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2조3500억원 중 2조원은 텀론(일시대출), 3500억원은 RCF 형태로 알려졌다. RCF는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으로, 한도 내에서 필요한 만큼 인출해 사용할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번 리파이낸싱 규모가 3조원이 넘어갈 것으로 추산한다. RCF 3500억원이 2년치에 불과한데, 한도 안에서 꺼내 쓴 금액만큼 텀론으로 전환해야 해서다. 동시에 RCF를 3500억원만큼 다시 열어준다고 가정하면, 텀론은 3500억원 늘어나고 3500억원의 RCF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인수금융과 별도로 SK스퀘어가 EQT에 빌려준 4500억원의 만기가 오는 9월 말 돌아오는데, 여기에 금리 7%를 적용하면 상환할 돈은 5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를 모두 반영하면 리파이낸싱 규모는 3조2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IB 업계 관계자는 “현재로선 EQT가 에쿼티(지분)를 더 넣을 수도 없고 SK스퀘어가 만기를 연장해줄 것으로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SK쉴더스는 EQT가 베어링PEA와 통합한 이후 국내에서 처음으로 단행한 대규모 투자 건으로, 현 시점에서 지분을 더 넣는다면 ‘실패한 투자’라는 오명을 얻을 수 있다. SK스퀘어 입장에서도 그룹 전체의 재정난으로 인해 리밸런싱을 계속하고 있는 마당에 수천억원 규모의 대출 만기를 연장해 주긴 쉽지 않다.

이번 리밸런싱을 통해 인수금융 차주는 특수목적법인(SPC)에서 SK쉴더스로 바뀔 예정이다. 2년 전에는 EQT가 SPC 코리아시큐리티홀딩스(KSH)를 세워 SK쉴더스를 100% 자회사로 만들고 SPC가 직접 대출을 받는 식의 딜 구조를 짰는데, 이번에는 SK쉴더스가 인수금융을 직접 차입하는 구조로 다시 변경하려는 것이다. 회사가 직접 차주로 나섬으로써 금리를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한다.

규모가 워낙 큰 만큼 기관들의 물밑 경쟁은 치열하다고 한다. IB 업계 관계자는 “이미 6~7개 기관이 EQT를 찾아가 물량을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회사의 실적을 놓고 보면 그 자체로 매력적인 딜이라고 보긴 어렵다”며 “리파이낸싱이 완료되기까지 적잖은 진통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EQT는 2023년 3월 SK쉴더스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는데, 직전 해인 2022년 회사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7900억원, 1453억원이었다. 지난해 SK쉴더스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원, 1416억원이다. 매출액은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오히려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