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4월 17일 11시 2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서울교통공사(서교공)가 적자난을 해소하기 위해 2020년부터 매각을 시도해 온 서울 용산구 센트럴파크타워 오피스가 9번의 시도 끝에 낙찰됐다. 다만 속 시원한 성공은 아니다. 서교공은 그간 묶어서 팔았던 5개 층(17~21층)을 층별로 나눠 내놓았고, 감정평가액도 처음보다 60억원 넘게 낮췄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서울교통공사가 국유재산 공매시스템인 온비드를 통해 내놓은 용산 센트럴파크 타워 21층 전체(10실) 매각 계약이 지난 11일 낙찰됐다. 이 매물은 전용면적 873.92㎡ 규모로, 서교공이 보유한 5개 층 중 가장 높은 층에 해당한다. 서교공은 업무시설 총 49실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는 4곳이 참여했으며, 이 중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곳이 낙찰자로 선택됐다. 낙찰 금액은 137억5000만원으로, 2월 7일 기준 감정가 137억223만693원과 거의 유사(낙찰가율 100.35%)했다. 계약 체결은 낙찰일로부터 10일 이내, 낙찰자는 낙찰 금액의 10% 현금을 계약 보증금으로 납부해야 한다. 또 입찰 금액은 부가가치세를 포함하지 않은 금액으로 매매 대금 중 45%인 건물분에 대한 부가가치세를 별도로 내야 한다.
서교공은 작년까지만 해도 21층이 포함된 5개 층 업무시설 49실(9189㎡)을 한 번에 팔려 했었다. 해마다 불어나는 적자 탓에 규모가 큰 자산 중 하나인 센트럴파크타워 오피스를 팔아 자금을 확보하려 한 것이다. 서교공은 2022년 6420억원, 2023년 5173억원, 2024년 7237억원 등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매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2020년 매각에 착수, 2022년 12월 첫 공고를 시작으로 계속 매각 공고를 냈지만 모두 유찰됐다. 입찰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사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자 서교공은 지난해 말엔 5개 층 감정평가액을 기존 719억585만원에서 658억1171만원까지 낮췄다. 시장에서 가격이 높다는 목소리가 나오자 60억원 이상 몸값을 낮춘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응찰자는 나오지 않았고, 가격이 부담스럽다는 지적은 계속됐다. 여기에 정치·경제 불확실성까지 커지면서 부동산 경기 침체가 이어졌고 매각은 안개 속으로 빠졌다.
이에 서교공은 올해는 층을 나눠 파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장 인기가 많았던 21층은 팔렸지만, 잔여층의 매각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서교공이 전날부터 오는 5월 9일까지 입찰을 진행하는 매물은 17층(5실), 19층 전체(10실), 20층 전체(12실)이다. 각각 67억원, 137억원, 158억원에 감정가가 올라와 있다.
서교공 관계자는 “전체는 부담스럽지만 층별로는 입찰이 나왔으면 하는 수요가 있어서 전략을 변경했다”면서 “수요가 가장 많은 고층부터 순차적으로 팔 계획으로, 21층에 이어 20층도 매각에 성공하면 뒤를 이어 18층도 공고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단 유일하게 한 층 전체가 아닌 5개실만 갖고 있는 17층은 빨리 처분할 필요가 있어 먼저 매각 공고를 올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2020년 8월 준공된 용산 센트럴파크는 서울 용산구 한강로3가 98에 있다. 연면적 366만4262.85㎡, 9동 규모의 대규모 복합시설로 용산 일대 프라임급 오피스 빌딩으로 꼽힌다. 이 중 사무시설로 사용되는 타워는 지하 5층~지상 33층, 연면적 5만3703.77㎡ 규모로 조성됐다. 이곳은 2009년 철거민 5명과 경찰관 1명의 목숨을 앗아간 용산참사가 벌어진 용산4구역을 재개발해 지은 곳이다.
서교공은 원래 이 용산4구역에 2215㎡ 규모 지하 부지를 갖고 있었다. 재개발 조합이 결성된 후 현금 보상 대신 지분권을 얻고 사업에 참여, 이 부지를 얻었다. 서교공은 지금까지 5개층을 공실로 유지해 왔는데, 처음부터 매각을 염두에 둔 것으로 시장에선 보고 있다. 다른 층은 소유자가 다른데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기업 샌드박스네트워크, 세계일보 등이 입주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용산역과 가깝다 보니 주로 지방에 본사가 있는 회사가 서울 사무소용으로 찾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센트럴파크 타워 임대료 시세는 3.3㎡당 월 10만원가량에 형성돼 있는데, 단순 계산했을 때 서교공의 투자 수익률은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