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코스피는 1%대 하락으로 마감했다. 미·중 무역 갈등 심화에 따른 경계 심리가 미국 뉴욕증시에 이어 국내 증시에도 하방 압력을 가했다. 특히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규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하락, 지수를 억눌렀다.
한국거래소 등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9.98포인트(1.21%) 내린 2447.43으로 마감했다.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63포인트(0.19%) 내린 2472.78로 출발해 하락 폭을 키웠다. 장 중 한때 2442.72까지 내리기도 했다.
외국인이 4645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지난 11일 6888억원 순매도를 시작으로 이날까지 4거래일 연속 ‘셀 코리아’를 택했다. 이날 기관도 35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이 4079억원 순매수에 나섰지만, 역부족이었다.
미국 정부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가 국내 증시에 직접 타격이 됐다. 미국 정부가 엔비디아의 중국용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 수출마저 제한하겠다고 밝히면서다. 미·중 무역 갈등이 반도체로 확산하는 모양새가 됐다.
정규장에서 상승했던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 오전 시간 외 거래에서 6.3% 하락했고, 이 여파로 코스피 시가총액 4분의 1을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주가도 힘을 쓰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3.36%, 3.65% 내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 핵심 벤더사”라면서 “삼성전자는 중국용 저사양 칩에 HBM을 납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 악재가 조용해진 호숫가에 돌을 던졌다”고 했다.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공격에 중국은 희토류 수출 금지, 항공기 인도 중단으로 보복에 나선 상태다. 여기에 미국이 반도체로 맞불을 놓자, 전날 자동차 부품 관세 예외 기대감에 올랐던 현대차(005380), 기아(000270) 등 자동차주 주가도 하락했다.
이외에도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셀트리온(068270) 등의 주가가 하락하며 코스피 시총 상위 10개 종목 중 8개 종목의 주가가 하락했다. 반면 지정학적 긴장감 고조 관측에 LIG넥스원(079550), 한국항공우주(047810), 현대로템(064350) 등 방산주의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이날 코스피 거래량은 6억103만주, 거래대금은 6조6662억원으로 집계됐다. 하한가 1개 종목(흥국화재우(000545))을 포함 577개 종목이 내렸다. 전체(934개 종목)의 약 62% 종목 주가가 내린 셈이다. 상승은 상한가 3개 종목 포함 302개 종목에 그쳤다.
코스닥지수는 700선을 내주며 하락으로 마감했다. 전날보다 12.81포인트(1.80%) 내린 699.11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1468억원어치 순매도에 나서며 지수 하락을 견인했다. 기관도 91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만 244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종목별로는 알테오젠(196170), 에코프로비엠(247540), 에코프로(086520),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리가켐바이오(141080), 파마리서치(214450) 등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 다수 종목이 하락으로 마감했다. HLB(028300), 휴젤(145020), 클래시스(214150) 정도가 상승으로 장을 마쳤다.
이런 가운데 정책 테마주는 이날 대거 상한가를 쳤다. 더불어민주당 중소기업특별위원회가 전날 원격의료 관련 정책을 대선 공약에 반영할 것을 제안하면서 케어랩스(263700), 에스지헬스케어(398120), 인성정보(033230) 등 관련주가 이날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한편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원(0.08%) 내린 1426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