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

이 기사는 2025년 4월 9일 17시 52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한국투자증권과 신한투자증권에서 비슷한 유형의 대규모 회계 오류가 연이어 발생했다. 금융감독원은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회계 심사에 착수했는데, 신한투자증권도 심사에 돌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회계 전문가들은 대형 증권사에서 이 정도 오류가 걸러지지 않은 건 내부 통제 시스템에 결함이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9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은 내부 부서 간 외환거래에서 발생한 손익을 재무제표에 매출과 비용으로 이중 계상했다. 이에 매출이 5조7000억원가량 부풀려지며 최근 5년 치 사업보고서를 수정해야 했다. 신한투자증권도 유사한 이유로 지난해 반기보고서와 3분기 보고서를 정정했다. 내부 외환 거래 처리 과정에서 환율 기재 오류를 범했고, 이로 인해 매출이 약 4000억원 불어나 보이게 됐다.

회계 전문가들은 외환 거래 처리 과정이 복잡하고 어렵다는 것엔 동의했다. 증권사가 매번 새로운 금융 상품을 만들어낼 때마다 어떻게 회계 처리를 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권세원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형 증권사라 해도 다양한 업무를 하기 때문에 회계 부서에서 완벽히 파악 못 할 수도 있고, 해당 내용을 관행적으로 처리했다면 인지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분식회계 의혹은 다소 무리가 있다는 설명이 많았다. 이들 증권사 모두 내부 거래로 외환거래 손실과 영업비용도 함께 줄어 영업이익과 순이익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분식은 의도, 기회, 내적 타당성 등이 있어야 하는데 자발적으로 보고한 점을 볼 때 의도나 내적 타당성이 있다고 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했다.

다른 회계업계 관계자도 “회계 처리는 무 자르듯이 잘리지 않고 관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면서 “카카오모빌리티도 순액법과 총액법 차이로, 금감원은 매출을 부풀리기 위해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했다고 ‘고의 1단계’를 적용했으나 결과적으로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에서 ‘중과실’로 판단하지 않았느냐”고 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증권사들이 회계 오류를 장기간 인지하지 못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특히 분기보고서에서 오류가 난 신한투자증권보다, 정밀한 감사가 이뤄지는 사업보고서에서 5년 동안 오류를 낸 한국투자증권의 과실이 더 크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실제로 금감원은 한국투자증권 회계 심사에 착수했으며, 매출 규모나 고의성 등을 살펴 감리로 전환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외환 거래와 관련한 회계 오류가 잊을만하면 반복되고 있다. 2021년 2월 키움증권은 2015~2019년 사업보고서 9년치 기재 정정 건으로 기관 주의와 더불어 1600만원의 제재를 받은 바 있다. 키움증권은 당시 외환거래이익 및 손실(과대계상), 미수금과 미지급금(과소계상)으로 인한 회계처리 오류를 지적받았다.

김범준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는 “감사인이 충분히 검토할 시간이 있었는데 오류를 발견하지 못하고 계속 감사보고서를 냈다면 외부감사인도 책임의 소재를 피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이번 회계 오류로 인해) 손익에는 영향이 없다 해도 어쨋든 외형이 커 보이는 구조가 된 만큼 금감원이 굉장히 엄격히 들여다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