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트잇 CI.

이 기사는 2025년 4월 8일 16시 0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명품 유통 플랫폼 머스트잇의 신규 투자유치가 난항에 빠졌다. 시장 1위 사업자였던 발란의 입점사 미정산 기업회생절차 개시로 명품 플랫폼 투자심리가 완전히 얼어붙어서다. 최근엔 입점사들의 선금 요구가 증가해 운영 부담마저 커진 것으로 파악됐다.

8일 벤처캐피털(VC) 업계에 따르면 머스트잇은 지난 2월 시리즈C 투자유치를 개시한 이후 현재까지 2개월 넘도록 단 한 곳의 VC도 신규 투자자로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소수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기업설명회(IR)에 나선 것을 포함하면 4개월이 지났다.

최근엔 재무적 투자자(FI)가 아닌 전략적 투자자(SI) 확보로 방향을 전환했다. 경기침체 등으로 명품 구매 수요 자체가 줄면서, 명품 유통 플랫폼은 FI가 외면할 수밖에 투자처가 됐다. SI 확보로 방향을 튼 머스트잇은 삼정KPMG를 투자유치 자문사로 선정했다.

머스트잇 측은 “단기 유동성 확보가 아닌, 유의미한 지분 참여를 전제로 한 장기 성장 파트너십 구축에 초점을 뒀다”는 설명이지만, 시장에선 SI 확보도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머스트잇은 투자유치 규모도 확정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발란 사태가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발란 SI로 참여하며 주목을 받았던 실리콘투가 투자금 전액을 날릴 위기에 처해서다. 특히 실리콘투는 75억원 규모 전환사채 투자 약 한달 만에 정산금 미지급 사태가 터지고 동시에 기업회생절차 개시가 이뤄졌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명품 유통 플랫폼에 돈을 쏟을 수 있는 투자자가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앞서 머스트잇의 시리즈C 투자유치 초기엔 200억원 몸값에 인수 제안이 있기도 했지만, 발란 사태 이후 해당 논의도 완전히 중단됐다”고 말했다.

몸값도 걸림돌로 꼽힌다. 발란 사태 후 머스트잇의 경영 환경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명품 유통 플랫폼은 상품 판매금과 입점 업체로의 대금 지급 기간 간 시차를 활용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구조지만, 최근 미정산 사태로 입점 업체의 선금 지급 요구가 증가했다.

선금 지급으로 머스트잇의 외형 축소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선금 지급 규모가 늘면 플랫폼 운영사들은 판매 상품 확장을 이루기 쉽지 않아지기 때문이다. 최근 입점사들은 최소 납품 금액의 30% 이상을 선금으로 요구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머스트잇의 매출은 이미 줄고 있다. 2023년 기준 머스트잇의 매출은 249억8000만원으로 2022년 331억원 대비 25% 가까이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2022년 168억원에서 2023년 78억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2021년 이후 3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다.

업계에선 머스트잇이 결국 몸값을 대폭 낮춘 채 경영권 이전을 담보로 한 투자유치를 진행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때 기업가치 3000억원을 찍고 10분의 1 수준으로 몸값이 줄어든 발란의 경우보다 기업가치 하락이 더 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머스트잇의 기업가치는 이미 1600억원 수준으로 지난 투자유치에서 인정받은 기업가치 대비 절반 이하가 됐다. 지난 2022년 신규 투자자로 나선 CJ ENM은 지분 4.8% 지분 가치로 199억원을 책정했는데, 지난해 말 기준 장부가액을 80억원으로 줄였다.

한편 발란 사태는 머스트잇을 넘어 명품 유통 플랫폼 전반으로 확장하는 모양새다. 명품 유통 플랫폼 젠테는 올해 상반기로 예정했던 신규 투자유치 계획을 잠정 중단했다. 실적 개선 등 성과 없이 현시점 신규 투자를 유치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