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4월 7일 16시 26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주 파면되면서 주요 공제회 수장들의 거취에 투자은행(IB)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일부 공제회 이사장의 경우 정치적인 이유로 선임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인사들은 정권이 바뀌면 자의든 타의든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물러나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7일 IB 업계에 따르면, 현직 공제회 수장 가운데 윤석열 정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대표적인 인물로는 정재관 군인공제회 이사장이 있다.
예비역 육군 준장인 정 이사장은 육사 38기로 한미연합사 지구사 민군작전처장, 합동참모본부 민군작전과장, 국방부 국회협력단장을 거쳐 2023년 1월부터 군인공제회를 이끌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을 야기한 비상계엄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육사 동기이자 절친한 친구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정 이사장이 취임할 때부터 공제회 내부에서는 ‘파격적 인사’라는 평가가 나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주로 예비역 소장과 중장이 임명되는 자리인데, 정 이사장은 예비역 준장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군인공제회가 창립된 1984년 이래 준장급이 이사장을 맡은 건 정 이사장이 처음이다.
정 이사장은 정권이 바뀌면서 중도 퇴임한 전임자의 바톤을 이어받았는데, 자신도 정치적 이유로 거취를 알 수 없게 됐다. 앞서 지난 2022년 7월 김유근 전 군인공제회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새 정부가 출범하고 새로운 군 수뇌부가 갖춰졌다”며 “상황이 변했는데 3년 임기를 채우려는 건 욕심이고 바른 선택이 아니다”라면서 중도 퇴임 의사를 밝혔고, 이듬해 1월 정 이사장이 취임한 바 있다.
정 이사장은 작년 2월까지였던 김 전 이사장의 임기를 채운 뒤 연임 중이다. 군인공제회법에 따라 이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정해져 있으며 한 차례 연임이 가능해 정 이사장의 임기는 2027년 2월 만료된다.
운용자산이 50조원을 넘는 한국교직원공제회의 정갑윤 이사장 역시 유력 정치인 출신이다. 여당에서 5선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국회부의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는 국민의힘 상임고문으로 있으며 윤 전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23년 12월 교공 이사장으로 취임했으며 2026년 12월 임기가 만료된다.
교공 이사장직은 전통적으로 정치인들이 임명되는 자리다. 전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부총리를 지낸 김상곤 전 이사장이며, 그 전에는 참여정부에서 시민사회수석비서관을 지낸 차성수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맡았다.
역대 교공 이사장 중에서도 정권 교체와 함께 물러난 사람들이 있다. 2018년 문용린 당시 이사장은 문재인 정권이 들어서자 임기를 9개월 남기고 사의를 표명한 바 있다.
다만 업계 관계자들은 공제회 이사장들이 임기 중 ‘100% 자의로’ 사퇴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스로 사임하더라도, 끝까지 버티다가 사실상 타의에 의해 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전했다.